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대치의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국회 활동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다수의 경력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윤 전 대통령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출동한 기동대 경력의 숫자는 당시 대통령실 경비 경력을 제외해야 하는 사정 등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력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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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2036명 국회 바깥 배치
20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1133쪽 분량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는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청장이 “계엄 선포 예정임을 안 이후부터 실제 계엄이 선포되기까지 이를 고민해 준비할 상당한 시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인 오후 7시20분쯤 삼청동 안가에서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국회 통제 지시 등을 받아 이를 그대로 이행했다. 각각 징역 12년, 10년의 중형이 선고된 배경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윤 전 대통령 주장을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계엄선포 후 국회 출입문 차단, 이후 개방, 다시 차단된 일련의 조치는 경찰의 자체 판단이었으며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계엄 당일 조 전 청장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월담하는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은 국회를 진공상태로 만들려 했다”며 “국회 보호를 위해 경력을 배치할 수 있지만 오히려 불법적 소요나 시위 사태 등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면 출입을 허용하는 문 1, 2곳을 정해두고 국회의원 등이 원활하게 출입해 업무하도록 돕는 게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 지시에 따라 최종적으로 기동대 총 29개(2036명)가 국회 출입문 바깥에 배치됐고 지휘차 총 43대, 경찰 버스 총 85대 등이 동원돼 차벽이 설치됐다.
판결문에는 두 경찰 지휘부에 대해 다른 시각이 나타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에 대해서는 “조 전 청장의 의사가 달랐다면 그와 같은 경력 배치, 차단 지시 등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 불허가 법에 어긋난다면서 일시적으로 국회 관계자들의 출입을 허가한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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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에게 단전·단수 지시 사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점과 이 전 장관이 허석곤 전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협조 지시를 한 사실도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이 삼청동 안가에서 조 전 청장에게 교부한 문건과 동일한 문건을 이 전 장관에게 줬고 “소방청 단전 단수”라는 내용이 기재돼있었다고 봤다. 이 전 장관은 소방청을 통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에게 군사경찰 명단을 요청한 것은 부정선거를 수사할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을 구성하기 위한 것이고 단장 역할을 하려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노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와 관련된 놈들을 다 잡아서 족치면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등에게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복면 등을 준비시켰다는 증언도 사실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