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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략폭격기 합류' 주한미군, 첫 서해 대규모 공중 훈련…대중견제 역할 확대 이미 시작됐다

중앙일보

2026.02.19 23:24 2026.02.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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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대 전략 폭격기 가운데 하나인 B-52.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 홈페이지.
주한미군이 지난 18~19일 서해 상에서 대규모 공중 훈련을 처음으로 진행하면서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할 확대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와 맞물려 동중국해 상공에서는 미·일의 공동 훈련이 이뤄진 데다 미 전략 자산인 B-52 전략 폭격기가 두 훈련에 모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훈련이 사실상 대만 유사시를 가정한 시나리오 점검 아니냐는 해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0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 미 7공군 예하 F-16 전투기 등 항공 전력 수십 대는 18~19일 서해 상에서 단독 훈련을 진행했다. 이번 훈련은 출격 횟수(소티) 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훈련 규모가 컸다고 한다. 해당 기간 미 전폭기 B-52도 서해 상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B-52는 B-1B, B-2와 더불어 미군이 운용하는 3대 전략 폭격기 가운데 하나다. AGM-129 등 핵탄두 탑재 공대지 미사일을 비롯해 최대 30여t의 폭탄을 실을 수 있다. 6400㎞ 이상을 날아가 표적을 폭격한 뒤 복귀할 수 있다.

훈련 기간 미 전투기들은 KADIZ를 넘어 서해 공해 상까지 진출했는데,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가까이 전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중국의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해에서 한때 미·중 전투기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중 간 군사 갈등이 첨예한 동·남중국해에서 간혹 발생하던 긴장 상황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일어난 것이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의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이 최근 황해(서해) 상공 중국과 마주하는 공역에서 항공기를 조직해 활동을 수행했다”며 훈련 사실을 확인했다. 또 “중국인민해방군은 법규에 따라 해군·공군을 조직해 전 과정에 걸쳐 지속적인 감시와 경계를 수행했고,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고 전했다.

군 당국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의 항의성 입장을 전달받고 20일부터 훈련을 중단했다.
미 공군의 F-16 전투기. 주한미군 홈페이지

특히 주한미군의 서해 훈련에 앞선 16~18일에는 미국과 일본이 동해와 대만 인근의 동중국해에서 B-52를 동원한 공동 훈련을 진행했다. 일본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통합막료감부는 19일 “이번 공동 훈련에는 항공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 등 항공기 10여 대와 미 측 B-52 4대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훈련과 연계해 동중국해에서 전개한 B-52 폭격기가 북상해 연이어 서해 상 주한미군의 훈련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막료감부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한층 더 엄중해지는 가운데 미·일 공동 훈련을 통해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양국의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통상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시도 등을 견제할 때 쓰는 용어다. 미국과 일본의 이번 훈련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와 오키나와현 해역에 나타나 합동 훈련을 벌이고서 하루 뒤 진행됐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제1도련선(The First Island Chain) 안에서 미 본토 전략 자산과 일본 항공자위대, 주한미군 전투기가 사실상 동시에 기동한 건 이례적이다.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행보로, 미국이 그간 공언해온 인도·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의 ‘질적 태세 조정’에 이미 나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발표한 국방전략서(NDS)에서 “주한미군의 태세 갱신(updating U.S. force posture)”을 공식화했는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

미 NDS는 “중국의 억제(deter)”를 우선 순위로 삼으면서 한반도 부문에서 “한국은 미국의 중요하지만 보다 제한된 지원 하에 북한을 억제하는 데 최우선적인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책임의 균형에 따른 변화는 한반도에서 미군의 태세를 갱신하려는 미국의 이익과 부합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국내적으로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 早苗) 내각이 재출범한 직후 미·일이 연합 훈련에 돌입한 게 됐다. 이는 양 측이 대중 압박 구도 형성에 합의하고 발을 맞추고 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평화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내가 지지했다”며 각별한 관계를 부각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방위성이 배포한 미 B-52 전략 폭격기(아래)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들이 동해상에서 공동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반면 한국 정부 내에선 당혹감이 감지된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여전히 기존의 대북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미 측은 이번 훈련에 대해 한국 측에 임박한 시점에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한미군이 공군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전달하긴 했으나, 훈련의 규모나 목적 등에 대해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이를 사실상의 무통보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도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진영승 합동참모의장이 잇따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통화하며 한국 측의 우려를 전달한 건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 출석해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임무 확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시기적으로 북한은 노동당 9차 당 대회에 돌입했고, 내달 초 한·미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을 앞두고 있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주한미군이 대북 방어 성격으로만 보기 어려운 훈련을 진행한 셈이다. 또 주한미군은 미 행정부 내 대중 매파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미 전쟁부 정책차관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지 한 달 만에 중국을 겨냥한 단독 훈련에 나선 모양새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과 이번 훈련을 총괄한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훈련의 목적과 배경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전력 운용과 군사 작전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며 “주한미군은 우리 군과 함께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정.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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