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매매가격보다 임대보증금을 더 높게 받아 자기 자본 없이 주택을 구매하는 것)를 통해 16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하남 빌라왕’ 일당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윤영수 판사는 지난달 14일 사기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이모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씨의 사기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아들 이모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40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에 가담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건축주 A씨와 분양대행업자 B·C·D씨에게도 징역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징역 4년, B·C씨는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D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전세사기’ 범행은 서민층과 사회초년생들인 피해자들의 삶의 밑천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피해자들의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모친 이씨에 대한 양형 사유를 설명하며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범행을 주도한 모친 이씨는 2016년부터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세입자 61명으로부터 163억2575만원에 달하는 보증금 받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주택의 매매·임대차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른바 ‘동시진행’ 방식도 활용해 전세사기를 벌였다. 신축 빌라를 아직 분양받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인으로부터 매매대금보다 더 높거나 동일한 금액의 임대보증금을 먼저 받아 분양 대금을 지급하는 수법이다.
이씨는 임대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임차인을 협박하기도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2024년 2월 임대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임차인에게 “너부터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야지”, “내 아들 잘못되면 넌 내 손에 죽는다”는 내용의 소셜미디어(SNS)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 이씨는 2018년 3월부터 자신의 명의를 모친에게 빌려줬을 뿐만 아니라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받을 통장을 개설하는 등 모친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들의 전세사기 행각에는 건축주와 전문 분양대행업자, 중개업자도 조직적으로 가담했다. 건축주 A씨가 빌라를 지으면, 분양대행업자들은 중개업자를 활용해 임차인을 물색해 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모친 이씨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이었다. 임대보증금으로 매매가격을 지불한 뒤 남은 돈은 이씨와 분양대행업자들이 ‘리베이트’ 명목으로 나눠 가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1건당 분양대행업자가 받은 리베이트는 약 600만원, 이씨는 700만원을 받았다. 임차인을 데려온 중개업자도 300만원가량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씨와 A·B·C씨는 지난달 항소장을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