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3000m 계주 결승에서 값진 금메달을 획득했다. 일본에서도 우승을 합작한 최민정(28, 성남시청)과 심석희(29, 서울시청)의 과거 갈등이 주목받았다.
일본 '교도 통신'은 19일(한국시간) "한국 '람보르길리'의 역전 드라마...한국의 전통 강세 종목 쇼트트랙에서 논란을 넘고 기다리던 '금메달'이 나왔다"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최민정-김길리(성남시청)-노도희(화성시청)-심석희가 호흡을 맞춘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4초01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대표팀은 이탈리아(4분4초107), 캐나다(4분4초314)를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번 대회 한국 쇼트트랙의 첫 금메달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까지 포함해 역대 10번 열린 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 7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다시 한번 최강국 지위를 입증했다.
[사진] 우승 후 포효하는 김길리.
손에 땀을 쥐는 역전 레이스였다. 한국은 경기 대부분을 선두권 뒤에 자리하며 기회를 엿봤다. 경기 중반 위기도 있었다. 앞서 달리던 네덜란드가 휘청이며 넘어졌고, 최민정을 덮칠 뻔했다. 다행히 최민정은 속도가 줄긴 했으나 중심을 잡고 이겨내며 넘어지지 않았다.
승부처는 결승선을 네 바퀴 남겨둔 시점이었다. 바톤을 넘겨준 심석희가 힘차게 최민정을 밀어줬고, 속도를 낸 최민정이 캐나다를 제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김길리가 방점을 찍었다. 그는 두 바퀴를 남겨두고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며 이탈리아의 아리안나 폰타나를 추월했다. 과감하게 인코스를 파고든 게 주효했다. 1위로 올라선 김길리는 그대로 속도를 높여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빛 레이스를 완성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김길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포효했다. 교도 통신은 "선두로 달리던 개최국 이탈리아를 21세 김길리가 한순간의 틈도 놓치지 않고 추월했다"라며 "이탈리아의 스포츠카에 빗댄 ‘람보르길리’라는 별명을 가진 새로운 에이스가 우승의 주역이 됐다"라고 전했다.
[사진]OSEN DB.
최민정과 심석희가 합작해 만든 금메달이라는 점도 조명됐다. 최민정은 2018 평창 올림픽에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던 대표팀 선배 심석희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심석희가 고의로 충돌해 최민정의 레이스를 망쳤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심석희가 그를 비방하는 '욕설 및 비하' 메시지까지 공개되며 큰 파문이 일었다. 이로 인해 심석희는 국가대표 자격정지 2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후 최민정과 심석희는 같은 대표팀에서 활동하면서도 거리를 뒀다. 함께 계주를 뛰어도 직접적인 접촉은 피했다. 심석희가 최민정을 밀어주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대표팀은 여자 3000m 계주 종목에서 2022 베이징 대회 금메달을 중국에 내줬으며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1~6차 대회에서도 우승이 없었다.
아쉬운 결과가 계속되자 주장 완장을 찬 최민정이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열린 2025-2026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1차 대회부터 최민정이 1번 주자, 심석희가 4번 주자를 맡으면서 심석희가 최민정의 엉덩이를 힘껏 밀어주는 장면이 연출됐다. 당시 최민정은 "올림픽을 위한 선택"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는 최민정(좌)과 심석희(우).
그리고 최민정-김길리-노도희-심석희로 이어지는 레이스는 밀라노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며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김길리가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최민정과 노도희는 태극기를 펄럭이며 기뻐했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심석희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도 금메달을 위해 다시 손을 잡은 최민정과 심석희의 사이를 조명했다. 교도 통신은 "쇼트트랙은 주목과 압박이 쏠리는 전통의 강세 종목인 만큼 논란도 잦았다. 한때 대표팀의 두 간판이었던 29세 심석희와 27세 최민정 사이에는 악연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8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레이스에서 심석희가 최민정을 고의로 넘어뜨렸다는 의혹이 대회 후 제기됐다. 심석희는 남성 코치의 성폭행을 고발하며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시기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교도 통신은 "심석희는 '동료를 믿고 있었다'는 말과 달리 동료들이 만든 기쁨의 원에서 떨어져 눈물 흘렸다. 시상식과 기자회견에서도 최민정과 나란히 서는 장면은 없었다. 시상대에서 환한 미소를 보인 김길리는 '모두가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며 선배들을 치켜세웠다"라며 아직 최민정의 상처가 완전히 봉합되진 않았음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