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는 위법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로써 지난해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독립의 날’을 선언하며 전세계에 부과해온 상호관세는 발표 325일만에 원칙적으로 무효가 됐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1355억 달러(약 196조원)의 관세를 환급해야 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위법 결정에 대비한 ‘플랜B’를 가동해왔기 때문에 관세가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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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우위 대법원도 “상호관세 부과는 위법”
대법원이 이날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핵심 근거는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가 됐던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국가 안보에 이례적으로 상당한 위협이 있을 경우 대통령에게 경제적 조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현재의 무역적자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한 뒤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일방 통보했다.
문제는 해당 법에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경제조처로 '관세 부과'가 명기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상호관세 부과 직후부터 대통령이 헌법에 따른 의회의 고유 권한인 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앞서 국제무역법원(USCIT·1심)과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2심)은 IEEPA에 따른 관세 부과에 대해 “의회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에 관한 무제한 권한을 부여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법이라고 판결했고, 이날 6대 3의 보수 우위의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다만 대법원의 결정은 IEEPA에 근거한 국가별 상호관세 등에만 적용된다. 한국의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 등에 적용된 품목별 관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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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해야 할 상호관세 196조원”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 되면서 미국 정부가 환급해야 할 관세가 135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는 다양하다.
펜타닐을 문제 삼아 지난해 2월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처음 부과했고, 3월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적용했다.
지난해 4월 2일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를 상대로 10~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개별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조정했다. 이밖에 지난해 8월엔 브라질산 제품에 대한 40%의 추가 보복 관세를, 인도산 제품에 대한 25%의 징벌적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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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키’ 잃은 트럼프…‘제3세계’ 전락?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만능키’였다. 개별국과의 무역협상은 물론 외교·안보에서도 관세 압박을 활용했다. 국가 부채 축소, 국방비 증액 등의 재원도 언제나 관세였고, 심지어 미국인 전체에 대한 2000달러의 관세 배당금까지 약속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급심에서 상호관세가 위법이란 판결이 나오자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 미국은 제3세계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관세를 사용할 수 없다면 전세계 모든 나라, 특히 (중국 등)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하급심 결정 당시 “(중국의 희토류 통제 당시)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마자 (중국에서 걸려온)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며 “(위법 판결으로) 대통령이 관세를 국가 안보를 위해, 또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데 있어 유연성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그러면서도 “전체 수입을 기준으로 대체로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계속 징수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플랜B’가 마련돼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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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관세 확대 가능성…“관세 그대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의 결정을 우회할 대안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122조를 내밀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품이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 수입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상호관세와 별개의 품목관세를 부과했는데, 품목관세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무역법 122조를 활용하면 최대 150일 동안 최대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 관세법 338조를 발동하면 미국 상거래를 차별하는 외국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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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출 품목, 품목관세 전환 가능성”
외교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이 자동차, 반도체 등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품목관세 적용 범위가 조금만 넓어져도 관세 경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고 오히려 소송으로 인한 보복을 우려해 관세 반환 소송을 내는 데 눈치를 봐왔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화큐셀은 지난해 12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을 상대로 IEEPA에 기반한 관세를 반환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가, 소송 제기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로펌의 자체적인 소송 시나리오 내부 검토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착오였다”며 소송을 철회했다.
반면 미국 기업의 관세 반환 소송은 줄을 잇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미국에서 제기된 관세 반환 소송은 914곳에 달했다. 복수의 기업이 단일 소송에 참여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소송에 나선 기업은 10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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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원잠 등에 불확실성 확대 우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차 한국석좌는 “상호관세 위법 결정은 한·미 간 체결된 무역협정에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 석좌는 양국의 무역협상이 상호관세 조율을 통해 마무리된 점을 언급하며 “공동 팩트시트 조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추진 잠수함 확보와 조선 분야 등에서 맺은 협정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양국 정부는 선거(중간선거·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내 및 당파적 반발 속에서 협정의 핵심 요소를 보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한·미 모두에게)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를 가늠할 척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