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 연방 대법원이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이라고 최종 결정한 데 대해 “수치스럽다(disgrace)”며 강하게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의 조찬 회동 중 대법원 판결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의 결정에 “수치스러운 것”이라면서도 “대체 수단”(backup plan)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조지아주에 위치한 철강업체에서 진행한 연설에서도 “법에는 대통령으로서 내가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있다고 명확히 명시되어 있고, 국가안보를 위해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있다”며 “‘관세’라는 단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고 여러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는 미국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집권 2년차에 접어든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적 타격이 입게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지난 1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거둬들인 관세 대부분은 환급 대상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미 재무부가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인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지금까지 2400억 달러(347조원)의 관세 수입을 올렸다. 이 가운데 환급해야 할 비용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5%에 해당하는 1200억 달러(173조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날 대법원 판결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6대 3으로 갈린 가운데, 반대 의견 중에는 “막대한 관세 환급 절차에 따른 혼란스러운 상황”을 우려하는 의견이 포함되기도 했다.
또 상호관세 부과를 무기로 한국을 비롯한 개별국가와 맺은 무역협상도 근거가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압박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아냈고, 투자 지연을 명분으로 합의했던 관세율 15%를 25%로 인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태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일본은 5500억 달러, 유럽연합(EU)은 6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에 합의했지만, 상호관세 부과가 무효가 되면서 전면적 재협상 등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대체할 이른바 ‘플랜B’를 일찍부터 준비해왔기 때문에 각국은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판결 직후 EU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인지하고 있으며 신중하게 분석하고 있다”며 “미국 행정부가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명확히 듣기 위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역시 당장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다른 나라들의 상황을 봐가며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달 14일 취재진과 만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을 전제로 “미국과 합의를 했던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