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결정 판사들에 "수치" 맹비난…부통령 "무법 행위" 관세 정당성 강변
대규모 환급금 여부엔 "소송으로"…글로벌 관세 수입 통해 '분배' 재원 충당키로
세계 경제·안보 뒤흔든 트럼프의 '관세 무기화' 동력 약해질 가능성
[美관세 위법판결] 트럼프 정치적 타격 불가피…'새 관세'로 돌파 시도(종합)
'위법' 결정 판사들에 "수치" 맹비난…부통령 "무법 행위" 관세 정당성 강변
대규모 환급금 여부엔 "소송으로"…글로벌 관세 수입 통해 '분배' 재원 충당키로
세계 경제·안보 뒤흔든 트럼프의 '관세 무기화' 동력 약해질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상호관세(국가별관세)가 20일(현지시간) 사법부에 의해 법적 기반을 부정당하면서 국내외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사법부를 맹비난하는 한편,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새로운 관세 부과를 통해 난관을 돌파할 태세다.
집권 2년차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강경 이민정책에 따른 여론의 역풍에 이어 이날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연거푸 '악재'를 맞닥뜨린 상황이다.
불법이민 근절과 함께 지난 대선 캠페인에서 맨 앞에 내세웠던 '1호 공약'인 관세 부과 정책의 핵심인 상호관세가 법적으로 좌초된 점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뼈아프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인 비난과 아우성, 국내 기업과 소비자의 우려 속에도 취임 직후 각국을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밀어붙였다.
관세가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대미(對美)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미국의 제조업이 부흥하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는 그의 정치적 구호이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지난해 호황을 구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 보라'는 듯 관세 정책이 효과를 낸 덕분이라고 틈날 때마다 강조했다.
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선 여러차례 패소 땐 "끔찍한 일이 될 것", "그 자체로 국가안보에 재앙"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공포 마케팅'을 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넘어서 상호관세를 부과했다는 대법원 판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말았다.
의회의 승인 없이 속전속결로 쐐기를 박은 상호관세가 대법원 판결로 절차적 정당성을 잃고 법적 토대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을 향해 "매우 실망했다"면서 위법이라고 판단한 대법관 6명에 대해선 "우리 국가의 수치", "애국심도 없고 헌법에 불충"하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이들 대법관을 "법원 내 민주당 인사들"로 부르며 "그들은 미국을 다시 강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그 어떤 것에도 자동적으로 '반대' 표를 던질 것"이라고 한 발언은 이번 사안을 정치적 대결 프레임으로 짜는 뉘앙스를 풍긴다.
JD 밴스 부통령은 대법원 판결이 "명백한 무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역시 법리적 반박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물론 이번 판결에도 자동차, 철강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유효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관세 정책의 치적으로 삼아온 대규모 투자 유치와 국내 일자리 창출 등에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선 상호관세의 효과와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일방적이면서 일관성마저 결여된 관세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중국을 상대로 벌인 '관세전쟁'에선 상황에 따른 유예·번복을 거듭했고, 각국을 상대로 고무줄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가 하면, 수입 생필품 가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자 일부 품목은 관세를 내리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대법원의 판결이 더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유권자의 반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도 실망감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대체 관세'다.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이르면 사흘 뒤부터 150일 동안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같은 법 301조에 따라 주요국을 상대로 관세 조사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5개월이 되는 그 기간 우리는 다른 나라에 공정한 관세를, 또는 그냥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조사를 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걷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위법 우회' 카드는 대법원 판결 전부터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배수진으로 여겨진다.
그는 자신에게 "이 끔찍한 판결을 한 대법원 전체와 의회도 인정하고, IEEPA에 따른 관세보다 강력한 수단, 방법, 법규, 권한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을 재원 삼아 대규모 세액공제, '트럼프 계좌' 입금 등으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구상이었다. 전체 관세 수입은 향후 9년간 약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번 판결로 타격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
대법원 판결로 상호관세 부과가 가로막힌 만큼, 글로벌 관세 및 무역법 301조에 따른 국가별 관세를 통해 이같은 '유권자 배분 정책'의 재원을 벌충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로 해석된다.
무역법 122조 및 301조와 더불어 품목별 관세를 위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하면 올해 관세 수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의 이날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0조~2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들의 관세 환급 요구에 대해선 "대법원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며 "소송으로 다퉈질 것"이라고 답했다. 자발적으로 돈을 돌려줄 의사도, 그럴 여력도 없다는 의미로 읽혔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정치 무대에서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상호관세의 법적 토대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이를 강행할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3월 말~4월 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담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의 기나긴 무역전쟁에서 그는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각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의 정당성이 자국 사법부에 의해 부인당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안보 의제를 놓고 벌인 외교 담판 때 사용한 '관세 지렛대'의 약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도입 이후 브라질의 내정 문제, 인도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문제 등을 이유로 상호관세를 인상하는 등 관세를 자신의 대외적 목표 달성을 위한 무기로 사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IEEPA에 입각한 국가별 차등관세가 위법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 관세를 도입하더라도 '관세의 무기화'는 위축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상호관세 인하와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주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 전략 역시 세부 진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 관세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3천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행이 더디다는 이유로 이들 관세를 다시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무역합의가 유효하다면서 "수년간 우리를 뜯어낸 다른 나라들이 황홀해하고 있다. 그들은 너무 기뻐하며 거리에서 춤추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춤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통해 투자 약속이나 안보 협력의 이행을 압박하는 동시에, 이에 반발하는 국가는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압박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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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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