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여의봉' 국가별 상호관세 효력상실…車·철강등 품목별 관세는 유효
'대미투자-관세인하' 교환 한미합의에 변수 생겼으나 폐기 쉽지않다는 관측
[Q&A]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확정…자동차 관세는? 대미투자 영향주나?
'트럼프의 여의봉' 국가별 상호관세 효력상실…車·철강등 품목별 관세는 유효
'대미투자-관세인하' 교환 한미합의에 변수 생겼으나 폐기 쉽지않다는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작년 4월에 시작된 소송이 약 10개월만에 행정부의 패소로 귀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약 없는 관세 정책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세계 대부분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무효가 됐더라도 한국 정부가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기는 여의찮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걷은 관세를 쉽게 돌려줄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IEEPA 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미 무역 합의 이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이던 대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
연합뉴스는 대법원 판결문과 트럼프 행정부 발표 등을 토대로 이번 판결의 주요 내용과 영향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 이번 사건이 대법원까지 오게 된 배경은.
▲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5곳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작년 4월 14일 국제무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민주당 성향의 12개 주(州)가 소송에 가세했다.
-- 주요 쟁점은.
▲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해 부과한 각종 관세가 적법한 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취임 후 세계 각국을 상대로 다양한 관세를 부과했는데 주로 사용한 법적 근거가 IEEPA였다. 그러나 원고들은 IEEPA가 대통령에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IEEPA는 어떤 법인가.
▲ IEEPA는 대통령이 "비상하고 엄청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그 권한에는 수입 등 외국과의 교역과 거래를 "규제"(regulate)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된다. IEEPA가 1977년 제정된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이 법을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주로 활용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으로 IEEPA를 관세 부과에 사용했다. 그러나 IEEPA가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시한 내용에 관세(tariffs or duties)는 없으며 원고들은 이 점을 주로 문제 삼았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을 규제할 권한에 관세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 하급심은 어떻게 판결했나.
▲ 앞서 1·2심은 IEEPA가 대통령에 부여하는 수입 규제 권한에 행정명령을 통해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기 때문에 관세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작년 9월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 사건을 신속 처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작년 11월 5일에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
당시 구두 변론에서 보수 성향을 포함한 대법관 다수가 행정부의 관세 적법 논리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대법원이 관세 위법 판결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 대법원은 어떤 논리로 위법 판결을 했나.
▲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 내용을 대체로 인정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미국 헌법이 관세를 비롯한 각종 조세 권한을 연방 의회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의회의 명시적인 권한 위임 없이 IEEPA상의 "규제"라는 단어만으로 지금과 같은 "제약 없는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회가 대통령에 관세 부과 권한을 위임한 다른 법규의 경우 위임 사실을 분명하게 명시했지만, IEEPA 어디에도 관세라는 단어가 없으며 트럼프 이전의 그 어느 대통령도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대법원은 지적했다.
대법원은 '중대 문제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도 적용했다.
이 원칙은 의회가 행정부에 명시적으로 권한을 위임한 경우가 아니라면 행정부가 법규를 유연하게 해석해 국가에 경제·정치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단독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다.
-- 대법관들의 의견이 갈렸나.
▲ 현재 대법원 구성은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3명이 진보 성향이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이번 관세 판결에서만큼은 보수 대법관들도 절반이 돌아섰다,
진보 성향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닐 고서치, 에이미 배럿 대법관까지 총 6명이 위법 의견을 냈다.
고서치와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임명한 보수 대법관 3명 중 2명이다.
반면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 브렛 캐버노,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 등 3명은 IEEPA의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도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이번 판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 이번 판결로 어떤 관세가 무효가 되나.
▲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법적 근거로 삼아 부과한 모든 관세가 위법이 된다.
대표적으로 국가별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가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4월 2일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2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한미가 무역 협상을 타결해 현재는 15%를 적용받고 있지만,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상호관세를 다시 25%로 복원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에 중국·캐나다·멕시코가 미국으로의 마약 밀반입 차단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 국가에 부과한 이른바 '펜타닐 관세'도 이번 판결의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국가를 압박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때 IEEPA를 종종 활용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이때의 법적 근거도 IEEPA였다.
--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는 관세를 부과하기 어려워졌나.
▲ IEEPA는 관세 부과 전에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조사나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없어 행정부 입장에서 매우 편리한 수단이다. 하지만 IEEPA를 통한 관세 부과가 막혔다고 해서 다른 수단이 없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IEEPA 대신 사용할 관세 부과 수단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122조·201조·301조, 관세법 338조 등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뒤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미국의 크고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15%, 최장 150일(의회 차원의 연장 가능)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 관세 부과와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국가를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들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주장하며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한 바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이미 자동차와 철강 등 여러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품목별 관세도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무역법 122조와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는 IEEPA와 달리 관세 부과 근거로 사용된 전례가 있고 법적 근거가 탄탄하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와 통상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 한국과 미국의 무역 합의는 어떻게 되나.
▲ 한국은 미국에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하는 대신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등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상호관세 자체가 무효가 된 상황에서 무역 합의를 기존대로 유지하는 것은 한국에 불공정한 측면이 분명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미국에 재협상이나 조건 변경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의 효과를 다른 관세로 그대로 재현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이미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처럼 비칠 경우 추가 관세를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자동차, 반도체 등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이 상호관세보다 품목별 관세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는데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폐지를 품목별 관세 확대로 상쇄하려고 할 경우 한국의 관세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는 "정부는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 및 미국 정부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기업들이 지금까지 낸 IEEPA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나.
▲ 대법원 판결은 관세 환급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미국에서 기업들은 정부에 낸 관세가 불법이거나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의 구두 변론 이후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에는 세계 각국 기업의 관세 반환 소송이 이어졌다. 한국 기업으로는 한국타이어, 대한전선 등의 미국 법인이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진해서 관세를 돌려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세 환급 여부에 대해 앞으로 수년간 소송을 통해 다퉈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펜실베이니아대의 '펜-와튼 예산 모델'(PWBW)의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인한 환급 요구액이 1천750억 달러(약 25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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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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