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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반복 한·일관계 뇌관 '다케시마의날'…시작은 '물고기 전쟁'

중앙일보

2026.02.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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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13일 일본 나라(奈良)현 회담장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매년 2월 22일이 되면 한·일 관계의 뇌관이 다시 고개를 든다. 시마네현(島根県)이 개최하는 다케시마의날(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행사다. 당대 내각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행사 파견 인사의 체급과 메시지 수위가 달라질 수 있어 양국 간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한국 눈치 볼 것 없다”며 장관급 참석을 주장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의 강경론은 지난 18일 총리 재선출 이후 실리로 선회했다. 한·일 관계가 개선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해 예년처럼 ‘차관급 파견’이란 수위 조절을 택한 것이다. 당장 올해의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외교가 안팎의 시선은 정권 성향과 무관하게 매해 반복되는 ‘독도 도발’의 뿌리에 쏠리고 있다.

발단은 의외로 거창한 영토 주권 담론이 아닌 50년 전 동해 상의 ‘물고기 싸움’이었다. 당시 한국 정부가 어업 현대화 정책을 추진하며 동해 어획량이 급증했고, 1977년을 기점으로 한·일 간 어획량이 역전됐다. 대화퇴(大和堆) 어장과 홋카이도(北海道) 해역 등 일본 어민들의 주력 해역에 한국 어선들이 대거 진출하자, 시마네현 어민들에게 독도 인근 수역에서의 조업권은 ‘밥그릇 문제’로 본격적으로 비화했다.
2026년 새해 첫해가 대한민국 최동단 독도에서 떠오르며,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독도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1월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2026년 새해 첫날 독도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가 촬영한 일출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갈등은 1999년 ‘신한일어업협정’ 체결로 한층 심해졌다. 독도 주변이 어느 한쪽의 영해로 확정되지 않은 ‘중간수역’으로 설정되자, 시마네현 어업협동조합(JF 시마네) 등 이익단체들이 “이 수역의 어장을 사실상 한국이 독차지하고 있어 우리가 조업할 수가 없다”며 노골적 불만을 터트리고 나선 것이다.

지역 정치권은 곧장 이런 주민들의 반한 감정을 활용했다. ‘독도 영유권 확립’을 정치적 구호로 앞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2005년 2월 23일 시마네현 의회에서 초당파 의원 35명은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하는 조례안을 제출했고, 3월 16일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이렇게 지정된 ‘다케시마의날’은 초기까진 지역 행사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2차 내각이 출범하면서 이 행사가 중앙 정치의 한복판에 서기 시작했다. 당시 정권 탈환을 위해 보수 우익 표심 결집용 극우 공약을 남발했던 아베 총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2월 자신의 공약대로 다케시마의날에 ‘차관급 정무관 파견’을 강행했다. 중앙정부 관료의 첫 행사 참석이었다.

취임 사흘 전 일본이 대놓고 영토 도발을 한 모양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베 정권에 깊은 불신을 품게 됐고, 한·일 관계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간 위안부 합의가 맺어질 때까지 냉랭했다. 지역 어민들의 경제적 불만이 지방 정치에 이어 중앙 정치와 결합하며 외교적 갈등으로 진화한 것이다. 일본은 이를 기점으로 은근슬쩍 정무관 파견을 사실상 정례화했다.
2015년 11월 2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취임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올해 다카이치 총리가 ‘장관급 격상’이라는 기존 공약 대신 ‘차관급 유지’를 택한 것은 실리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총리 재선출로 지지 기반을 다졌지만, 한·일 및 한·미·일 협력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크다는 계산이다.

그러면서도 일본 외상이 연례행사처럼 13년째 반복하는 ‘독도는 일본 땅’이란 억지주장은 올해도 반복됐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지난 20일 열린 특별국회 외교연설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외상이 외교연설에서 “일본 고유의 영토인 시마네현 다케시마”라고 말한 뒤 일본 외상들은 매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망언을 반복한다. 다만 모테기 외상은 이날 한국에 대해 “중요한 이웃 국가로,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마츠오 히로타카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외교부는 곧바로 마츠오 히로타카(松尾裕敬) 일본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또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외무대신의 국회 외교연설을 통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다케시마의날 관련 추가 도발을 하지 않아 한국 정부 대응 역시 총괄공사 초치와 대변인 성명이란 예년 수준으로 대응을 한 것”이라며 “다카이치 총리도 아베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진화해 계승하려고 하는 만큼 한·일 협력을 저해할 무리수를 던지긴 어려운 국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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