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킴에게 부두아는 나 자신 아닐까요. 사라킴은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
20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신혜선이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 주연 사라킴으로 출연한 그가 일인다역을 연기하며 어떤 감정에 집중했는지 물은 참이었다.
‘레이디 두아’는 가짜일지라도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 사라킴과 그의 욕망을 추적하는 형사 박무경(이준혁)의 이야기다. 제목은 사라킴이 만든 명품 브랜드 ‘부두아’에서 따왔다. 신혜선의 배역은 편의상 ‘사라킴’으로 불리지만 사실상 제대로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다. 그는 ‘사라킴’ 외에도 명품관에서 일하는 직원 ‘목가희’, 술집에서 일하는 ‘두아’, 사채업자의 젊은 부인 ‘김은재’에 부두아 가방을 만든 기술자 ‘김미정’으로도 불린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공개된 ‘레이디 두아’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TOP)10 비영어쇼 3위에 올랐다. 부문 내 유일한 한국 작품이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2017)에서 합을 맞춘 신혜선과 이준혁의 재회로 화제를 모았고, 서사를 압도하는 신혜선의 연기력으로 입소문을 타 흥행에 성공했다.
Q : 대본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A : “사건과 인물 관계가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 작품에 참여하기로 했다. 대본으로만 보았을 때는 주인공의 감정선이 잘 읽히지 않았다. 다른 작품을 할 때는 대본을 읽으면서도 맡을 배역의 캐릭터성, 성향, 외적인 요소, 말투 등이 계산되는데 이 작품은 그러지 않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계획이 서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Q : 배우 이준혁과는 ‘비밀의 숲’ 이후로 오랜만에 연기합을 맞췄다.
A : “‘비밀의 숲’ 이후 선배님이 친척 오빠 같다. 같이 시리즈를 찍을 때 심적으로, 연기로 의지할 수 있었다. 나는 작품을 미시적으로 보며 연기하고, 선배님은 거시적으로 보며 연기하는 편이라 합이 좋았다.”
Q : ‘레이디 두아’의 이야기는 목가희로부터 시작한다. 목가희가 이 모든 일을 꾸며낸 걸까?
A : “대본에선 사라킴이라는 페르소나의 시작점처럼 읽혔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그래야 할지 고민했다. 나는 목가희도 도용된 신분일 수 있겠다고 결론지었다. 목가희 이전의 이야기도 있을 것 같다.”
일인다역은 처음이 아니다.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2019), ‘나의 해리에게’(2024)에선 일인이역을,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8), ‘철인왕후’(2020), ‘이번 생도 잘 부탁해’(2023)에선 겉과 속이 다른 정체성의 인물을 연기했다. 그럼에도 쉽지 않았다.
Q : 목가희ㆍ두아ㆍ김은재ㆍ사라킴…. 일인다역을 하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A : “여러 이름으로 신분을 바꾸어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한 사람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번도 진짜 이름이 궁금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시청자들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인물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페르소나마다 성격이 묻어나올 수 있는 목소리 등을 신경 썼다. 헷갈릴 때도 스태프들이 꾸며놓은 세트장이나 분장, 의상 등을 느끼며 인물을 만들어 갔다.”
Q : 각각의 페르소나가 만나는 인물이 모두 다르다. 연기하며 매력적으로 느낀 관계가 있다면.
A : “김은재의 남편 홍성신과의 관계가 좋았다. 이성애적 선상에만 놓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은 위장 결혼을 하긴 했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더 가깝다. 무엇보다 사라킴이라는 인물이 만들어지는 데에 꼭 필요했던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라킴 역시도 홍성신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감정과 정이 드는 감정 사이에 혼란스러움이 있었을 것 같다.”
Q : 사라킴에게 공감한 적도 있었나.
A :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인데,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것 같은 감정을 사춘기 때 많이 느꼈다. 내가 작아지고 이상만 커지는 시기였다. 허황하더라도 나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꿈꿨던 적 있고, 사라킴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Q : 시즌 2를 기대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사라킴 출소 이후의 삶을 상상해본 적 있나.
A : “지금 상상을 해보자면, 사라킴을 알게 모르게 돕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마케팅의 천재 아닌가. 사라킴을 도와줄 사람은 많을 것 같다. 스스로 죄책감을 느낄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 ‘레이디 두아’는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A :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이번에 ‘레이디 두아’로 무거운 작품을 했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유쾌하고 가벼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