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EPA 상호관세 법적 기반 붕괴…기존 관세 근거 무역협정 재검토 가능성
'관세 인상분 90% 흡수' 논란 속 미국도 혼란…환급 요구 쏟아질 듯
[美관세 위법판결] 세계 경제 불확실성 커졌다…각국 무역합의 '안갯속'
IEEPA 상호관세 법적 기반 붕괴…기존 관세 근거 무역협정 재검토 가능성
'관세 인상분 90% 흡수' 논란 속 미국도 혼란…환급 요구 쏟아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지만, 글로벌 무역과 미국 경제가 직면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질 전망이다.
대법원이 관세 환급 등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하지 않은 데다, 이번 판결의 여파로 그동안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각국과 체결한 양자 무역합의들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어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수단을 동원해 전 세계에 1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세계 경제에 혼란을 가중했다.
◇ "새 관세 적용 시기·범위 공백 가능성"
이날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 관세 부과 권한을 주는 것은 아니라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들에 부과한 10%의 기본관세에 더해 국가별 차등세율로 매긴 상호관세는 법적 기반을 잃고 곧바로 무효가 됐다.
IEEPA는 대통령이 "비상하고 엄청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금융 거래를 규제할 폭넓은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했지만,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만 있지 않았다.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대미 수출품에 150일 동안 10%의 임시 관세를 부과해 곧바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동시에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122조·201조·301조, 관세법 338조 등 또다른 관세 수단도 기존 IEEPA를 대체할 새 법적 근거로 내세웠다. 임시 관세를 부과하는 동안 외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새로운 수단을 활용한 추가 관세를 실제로 징수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일시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진단했다.
IEEPA만큼 빠르고 포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법적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무역법은 관세를 적용하기 전 더 까다로운 행정 절차나 검토 기간 등을 요구한다.
컨설팅업체 플린트 글로벌의 샘 로우 무역 책임자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IEEPA를 대체하는 관세 부과 수단에 대해 "IEEPA만큼 광범위하지 않으며, 무효가 된 IEEPA 관세와 비교하면 새로 부과될 관세의 적용 시기와 범위 모두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양자 무역합의 불투명해져…"고도의 불확실성 시대"
IEEPA에 따른 상호관세를 토대로 미국이 세계 각국과 체결한 양자 무역합의도 안갯속에 빠졌다.
실제로 소수의견을 낸 브랫 캐버노 대법관은 IEEPA 관세에 대해 "수조 달러 가치의 무역 협정 촉진에 도움을 주었다"며 "이번 법원 결정이 다양한 무역 협정에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과정 역시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관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은 이번 상호관세 판결을 지렛대 삼아 재협상을 검토할 수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무역합의를 비준해야 하는 의원들이 이르면 오는 23일부터 관련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무제한적이고 자의적인 관세의 시대가 이제 막을 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상호관세) 판결과 그 결과를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많은 국가가 이미 트럼프발 관세 체제에 적응해 가는 중이어서, 불확실성 최소화를 우선해 기존 무역합의에는 변화가 많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의 경우 트럼프 관세 전쟁의 대표적인 타깃이었음에도 지난해 1조1천890억달러(약 1천723조원)의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중국 생산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에 적응하면서 미국 외 시장으로 수출을 대폭 늘린 덕분이다.
싱크탱크 유럽정책센터(EPC)의 바그 포크먼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일부 국가는 작년 봄에 겪은 관세 불확실성을 다시 겪기보다는 미국과의 기존 양자 합의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반적으로 세계 무역에 고도의 불확실성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모두 미국 관세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파악하려 시도할 것이고, 결국 상황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미국 소비자·기업 몫 되찾기까지 시간 오래 걸릴 것"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글로벌 무역 체계를 재편했지만, 세계 상품의 주요 소비국이라는 미국의 지위를 약화하지는 못했다.
IEEPA 관세에 따라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도 상당한 규모의 관세를 분담해온 만큼 대법원의 결정은 미국 경제에도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 인상분의 약 90%를 미국이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집계한 IEEPA에 따른 미국의 상호관세 수입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총 1천335억달러(약 193조원)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IEEPA에 근거한 관세 수입을 정부가 환급해야 하는지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납세자들의 소송이 빗발칠 것이 유력하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와 기업이 자신들의 몫을 어떻게 되찾을지 계산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결국 하급 법원에서 정리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에도 당분간 미국 기업들이 계속 관세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CBP가 수입업자들에게 해당 관세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공식 통보하기까지 수일에서 수주가 걸릴 수 있다. 또 하급 법원의 환급 절차 마련에도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화물 운송업체 퀴네앤드나겔의 무역 전문가 그레그 톰셋은 WSJ에 "회사는 개별 수입 항목마다 환급 신청을 하고, 고객들의 청구 건 처리에 직원 수백 명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며 환급 과정이 매우 복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아람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