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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셀럽을 움직인 ‘기본의 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한국 진출 [쿠킹]

중앙일보

2026.02.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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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 공동창업자 겸 CEO 벤 밴루엔. 2008년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시작해 밴루엔을 미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사진 밴루엔
팝스타 사브리나 카펜터가 열렬한 팬임을 자청하며 먼저 협업을 제안하고, 세계적인 거장 셰프 장 조지와 다니엘 불뤼가 “최고의 바닐라”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2008년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시작해 전 세계 미식가들을 사로잡은 '밴루엔(Van Leeuwen)'의 이야기다. 비결은 역설적이게도 ‘단순함’에 있다. 인공 색소 대신 비트와 강황으로 색을 내고, 화학 안정제 없이 오직 달걀노른자로만 묵직한 질감을 완성한다. 좋은 음식이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믿음 아래 우유, 크림, 달걀, 설탕, 소금이라는 기본 레시피를 20년째 고수하고 있다. 누구나 말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실행할 수 없는 이 고집스러운 원칙이 밴루엔을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지난 10일,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서울을 찾은 공동 창업자이자 CEO 벤 밴루엔(Ben Van Leeuwen)을 만났다. 그는 한국 시장을 선택한 이유로 "한국은 미식에 대한 이해와 안목이 세계 최고 수준인 시장이지만, 밴루엔처럼 전통적인 장인 방식(Artisanal)을 고집하는 슈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아직 부재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밴루엔이 그 빈자리를 채울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Q : 셀럽들이 먼저 협업을 제안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2024년 밴루엔은 사브리나 카펜터의 앨범 ‘에스프레소(Espresso)’ 발매에 맞춰 ‘에스프레소’ 플레이버를 한정 출시하는 협업을 진행했다. 사진 밴루엔
A : 매장이 뉴욕과 LA 등에 있다 보니 셀럽들이 자주 찾는다. 2년 전에는 사브리나 카펜터(Sabrina Carpenter)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파인트 용기에 그의 사진을 넣고, 에스프레소 아이스크림에 브라우니·퍼지·초코칩을 더한 플레이버를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밖에 지미 버틀러(Jimmy Butler), 카일리 제너(Kylie Jenner) 등과도 협업했다. 우리는 셀럽에게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협업한다. 그게 더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는 결과를 만든다.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은 즐겁고,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비즈니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Q : 밴루엔이 추구하는 아이스크림의 본질은 무엇인가?
A : 우리는 색과 질감을 구현할 때 인공적인 방식에 의존하지 않는다. 파란색은 스피루리나(Spirulina, 미세조류에서 추출한 플랑크톤), 보라색은 보라색 당근, 빨간색은 비트 주스, 노란색은 유기농 강황으로 만든다. 크리미한 질감을 위해 크림을 충분히 쓰고, 유화를 위해 인공 성분 대신 달걀노른자를 활용한다. 2007년 브루클린의 아파트에서 요리책 한 권으로 시작했을 때의 초심 그대로다. 우유, 크림, 달걀, 설탕, 소금, 그리고 통 바닐라 빈. 이 단순한 재료만으로 만드는 ‘클린 라벨’이 밴루엔의 방식이다.


Q : 본질을 지켜가는 건 어려운 일인데,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
A : 뉴욕 최고의 셰프들이 우리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최고라고 말해줬을 때다. 장 조지(Jean-Georges), 다니엘 불뤼(Daniel Boulud) 같은 셰프들이 인정해준 순간은 특히 의미 있었다. 바닐라는 기본이기 때문에, 바닐라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이스크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우리는 바닐라를 더 잘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기본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2008년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출발해 브랜드를 키워낸 벤(사진 가운데)과 공동 창업자 로라(왼쪽)와 피터. 사진 밴루엔

Q :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A : 18살 여름, 아이스크림 트럭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9개월간 유럽과 아시아를 여행했다. 그곳에서는 고품질 음식이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일상에 녹아 있다는 걸 느꼈다. 대학 졸업 후 다시 트럭으로 돌아왔을 때, 시칠리아 브론테의 피스타치오, 오리건의 딸기, 에콰도르의 초콜릿처럼 산지가 분명한 최고급 재료로 ‘일상 속의 명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복잡한 것보다 단순하지만 완벽한 재료를 쓰는 것이 핵심이었다.


Q : 맥앤치즈 맛 같은 파격적인 실험도 화제였는데, 혁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 혁신은 우리의 핵심 강점이다. 크래프트 맥앤치즈(Kraft Mac & Cheese) 아이스크림은 출시 90초 만에 웹사이트가 다운될 정도로 화제였다. 5000파인트를 준비했는데 90초 만에 품절됐고, 이후 5만 파인트를 추가 생산했다. 브루클린 증류소의 술지게미를 활용한 ‘사케 카스(Sake Kasu)’ 아이스크림도 미식가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런 실험적인 시도는 뉴욕 미식 커뮤니티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고, 우리는 이런 도전을 즐긴다.


Q : 비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A : 비건은 시작부터 메뉴의 중요한 일부였다. 단순히 선택지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다. 공동 창업자인 로라(Laura)의 영향이 크다. 그는 비건 아이스크림도 ‘그냥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졌다. 코코넛과 쌀, 유기농 캐롭콩을 사용해 유제품이 가진 깊은 풍미와 감칠맛을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덕분에 유제품을 먹는 고객들도 맛 때문에 비건 라인을 선택하곤 한다.


Q : 미국에서 스쿱 숍과 파인트 판매를 병행하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이 모델이 브랜드 성장에 어떤 역할을 했나?
A : 두 가지 시너지가 있다. 첫째는 플레이버의 확장성이다. 매장에서 다 보여주지 못하는 다양한 맛을 파인트 제품으로 구현해 고객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둘째는 가격과 편의성이다. 파인트는 추가 노동력이 들지 않아 중량 대비 가격이 합리적이고, 배달이나 파티용으로 적합하다. 특히 파인트 용기의 디자인은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또한, 스쿱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Q : 아시아, 특히 한국의 식재료에서도 영감을 얻는지, 또 이를 플레이버로 출시할 계획은.
A : 우리는 20년 전부터 말차, 흑임자, 재스민 같은 맛을 선보여 왔다. 초기엔 반응이 미미했지만, 최근 소셜 미디어와 버블티의 유행으로 아시아 기반 플레이버에 대한 수용도가 매우 높아졌다. 이번에 투썸플레이스에서 맛본 미숫가루는 정말 경이로웠고, 미국 소비자들도 충분히 매료될 맛이라 생각한다. 과거에 선보였던 ‘딸기 유자 치즈케이크’나 자연스러운 푸른빛이 매력적인 ‘블루 재스민’처럼, 한국 시장의 높은 안목을 충족시킬 혁신적인 시도들을 계속할 예정이다.
밴루엔이 협업해 선보인 아이스크림. 왼쪽은 헬로키티 컬래버, 오른쪽은 2025년 에드 시런 ‘플레이(Play)’ 앨범 발매에 맞춰 선보인 ‘플레이 핑크’ 한정 플레이버. 사진 밴루엔


Q : 투썸플레이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MFA)을 체결하고 한국에 진출한다. 지금 시점에 한국에 진출하는 이유는.
A : 한국은 세계에서 음식을 가장 잘 이해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인의 미각과 안목은 매우 높은 만큼, 우리가 품질에 쏟는 헌신을 충분히 알아봐 줄 것이라 믿었다. 또한 투썸플레이스라는 검증된 파트너와 문영주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 컸다. 한국은 스쿱 형태 소비 비율이 높아 우리 같은 슈퍼 프리미엄 브랜드엔 큰 기회의 땅이다. 특히, 현재 한국에는 우리가 전개하는 유형, 즉 장인 정신의 슈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없다고 봤다. 그래서 우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 한국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 : 한국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게 진짜 바닐라구나” 하고 미각이 깨어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인공 첨가물에 익숙해지기 전, 진짜 재료의 맛을 아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2027년엔 뉴욕 밴루엔 플레이버랩(Van Leeuwen Flavor Lab)에서 ‘밴루엔 코리아 팝업’을 열고 한국을 위해 기획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과 뉴욕팀이 긴밀히 협업해 한국만을 위한 맛과 경험을 지속해서 출시하겠다.

송정 기자 [email protected]


송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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