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28·성남시청)이 대한민국 올림픽 최다 메달의 역사를 쓰고 떠난다. 마지막 올림픽 여정을 함께 한 동료들은 격려와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민정은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다. 이제 나를 올림픽에서 못 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4년 뒤 2030 프랑스 알프스 올림픽엔 도전하지 않겠다는 거다.
이소연(33·스포츠토토), 노도희(31·화성시청), 심석희(29·서울시청), 최민정, 김길리(22·성남시청)로 구성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빌라 네키 캄필리오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최민정의 은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최민정은 "마지막 올림픽인 것은 확실하다. 앞으로 대표팀이나 선수 생활을 어떻게 할 지는 차근차근 생각하며 정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1500m 2연패를 달성한 최민정은 후배 김길리에 이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 단독 1위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개인 통산 메달 수를 7개(금 4·은 3)로 늘려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한국인 최다 메달 신기록을 썼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이소연은 "더 해도 될 것 같은데"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최)민정이는 옆에서 지켜봤을 때 무척 성실하고,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로 열심히 한다. 올 시즌 주장까지 맡아 고생 많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옆에서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봤기 때문에 더 많이 응원하고 기도했다. 좋은 결과를 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제 눈물을 보여서 같이 울컥했다. 한 번 더 도전했으면 좋겠지만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민정이의 선택을 응원한다"고 했다.
최민정을 롤모델로 삼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 김길리는 "올 시즌 언니가 대표팀 전체 주장으로 많이 고생했다. 언니랑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함께 뛰어서 영광이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다"고 전했다. 심석희도 "개인전까지 준비하느라 많이 바쁠텐데 계주를 개인전보다 더 많이 생각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워 부담스럽고 힘들었을텐데 그런 부분까지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노도희(화성시청)는 "항상 함께할 줄 알았던 민정이가 은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속상한 부분도 있었다. 티를 안내는 친구라 어제 인터뷰를 보고 알았다. 울면서 감정을 내비칠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최민정은 맏언니 이소연에게 '고맙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그는 "소연 언니가 맏언니로서 팀에 도움을 많이 줬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 '이렇게 나이 많은 언니도 노력을 하는데 나도 참아야지'하면서 버틸 때도 많았다"고 말해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 전 어머니로부터 자필 편지를 받았다. 그는 "밀라노로 출국하는 날 엄마가 비행기를 타서 읽어보라고 편지를 주셨는데 읽고 많이 울었다. 올림픽 기간 힘들었는데 엄마가 '결과와 관계없이 지금까지 온 것 만으로 고생 많았다. 엄마 인생의 금메달'이라고 쓴 대목을 보면서 마음을 추스르며 다잡았다. 큰 힘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