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선배 최민정(28)과 후배 김길리(22, 이상 성남시청)기 나란히 울음을 참지 못했다.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이 자신의 3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김길리와 최민정은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나란히 1, 2위로 들어오며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3번째 금메달이었다. 김길리는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개인전 우승까지 일궈내며 1000m 동메달과 여자 계주 3000m 금메달에 이어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2018 평창 대회와 2022 베이징 대회 챔피언 최민정은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비록 쇼트트랙 역사상 첫 개인 종목 3연패라는 대기록은 놓쳤지만, 후배와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며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었다.
[사진]OSEN DB.
이날 김길리와 최민정은 레이스 중반까지 나란히 중간 위치에서 달렸다. 그러다가 최민정이 7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추월하며 2위까지 올라섰고, 김길리가 뒤이어 3위에 자리했다.
그리고 둘은 결승선 3바퀴가 남은 시점에서 매섭게 치고 나왔다. 선두 커린 스토더드(미국)를 인코스와 아웃코스로 거의 동시에 제치며 금메달 경쟁을 벌였다. 힘이 조금 더 남아있던 김길리가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가장 먼저 들어왔고, 최민정이 두 번째로 들어왔다. 최민정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김길리를 꼭 안아줬다.
이번 은메달로 최민정은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역사상 최다 메달 획득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2018 평창 올림픽 여자 1500m와 2000m 계주 금메달, 2022 베이징 대회 1500m 금메달과 1000m·3000m 계주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3000m 계주 금메달, 1500m 은메달을 추가하며 자신의 통산 올림픽 메달을 7개로 늘렸다.
이전까지는 양궁의 김수녕, 사격의 진종오,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승훈(이상 6개)이 최다 메달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민정이 7개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선배들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전이경(금메달 4개·동메달 1개)과 함께 동계 올림픽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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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민정이 다시 올림픽 포디움에 오르는 모습을 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그는 경기 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시즌 준비하면서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았고, 마음도 힘들었다.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했다. 경기를 마치고도 마지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제 올림픽에서 날 보지 못할 거 같다"라고 고백했다.
최민정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후회 없는 경기를 해서 너무 후련하다. 그냥 여러 감정이 교차해서 눈물이 나온다"라며 "자연스럽게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게 됐다. 이번 시즌 아픈 곳도 많았고,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데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발목도 좋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는 "지금"을 꼽았다. 최민정은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지금이 가장 좋다. 원래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1500m 2연패를 했던 순간이었는데, 7개 메달을 되돌아보면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오늘 은메달이 더 가치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최민정은 후배 김길리에게 '에이스' 계보를 물려줄 수 있어 뿌듯하다며 올림픽 무대와 작별을 고했다. 그는 "라커룸에서 '길리가 1등이라 더 기쁘다'고 했다. 1500m 금메달을 이어줬으니 한결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나도 전이경, 진선유 선배님을 보며 꿈을 키웠다. 길리도 나를 보며 꿈을 키우고 이뤄내고 있다. 뿌듯하다"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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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들은 김길리도 눈물을 뚝뚝 흘렸다. 먼저 그는 "3000m 계주 다음으로 금메달을 따고 싶었던 종목이 제 주 종목인 1500m였다.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활짝 웃었다.
자신의 우상이자 존경하는 선배인 최민정과 함께 시상대에 올랐기에 기쁨은 더 컸다. 김길리는 "(최민정) 언니랑 같이 포디움에 오르고 싶었다. 같이 올라서 너무 좋다. 어릴 적 존경하던 선수랑 같이 레이스하며 이겼다는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밝게 미소 짓던 김길리는 최민정의 올림픽 은퇴 소식에 깜짝 놀랐다. 그는 "진짜요?"라며 되물은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길리는 "(언니가)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 끝나고 축하해줘서 너무 감사했다. 나도 언니가 고생한 걸 너무 잘 안다"라고 말했다.
이제 최민정으로부터 여자 대표팀 에이스의 무게를 넘겨받은 '람보르길리' 김길리. 그는 "(최민정) 언니를 바라보며 훈련했고, 많이 배웠다. 언니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