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 전기차 충전업계가 테슬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 차량이 6만대 가까이 판매되면서 충전업계의 핵심 먹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해도 가격 인하 전략을 내세운 테슬라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면서, 충전업체들은 테슬라 고객 잡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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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유저 잡아라…NACS 충전기 확대 본격화
20일 업계에 따르면 충전업체들은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NACS 커넥터를 장착한 급속충전기 보급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급속충전기는 현대,기아차 등의 표준 규격인 DC콤보 커넥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 22만177대 중 테슬라가 27%(5만9893대)로 현대차(5만5461대)마저 제치자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급속충전 점유율 1위 사업자이자 충전기 개발 업체인 채비는 지난해 NACS를 기본 탑재한 3세대 급속충전기 ‘수퍼소닉’을 개발하고, 올해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 전국 주요 거점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근욱 채비 연구개발본부장은 “국내에서 팔리는 전기차의 4분의 1이 테슬라라면, 충전시설도 4분의 1은 NACS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부터는 적어도 테슬라 판매 비중대로 설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비는 테슬라의 자체 충전소인 ‘수퍼차저’와 이질감 없는 충전 경험을 제공하는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퍼차저처럼 커넥터를 차량에 꽂기만 하면 별도의 과정 없이 인증이나 결제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바로채비’ 서비스다.
급속충전 점유율 2위인 SK일렉링크도 올해 상반기부터 NACS 충전기를 전국에 확대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테슬라 차량이 늘어난 만큼, 적극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고속도로는 물론 입지 조건이 좋은 충전소에 보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NACS 충전기를 처음 선보였던 SK시그넷, 워터 등의 업체도 보급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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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도 전기 먹는다…업계 기술 개발 한창
4~5년 전만 해도 대기업들이 앞다퉈 전기차 충전업계에 진출했지만, 전기차 캐즘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하는 곳이 많았다. 지난해에만 LG전자가 사업을 철수했고, 한화솔루션은 사업을 스타트업에 넘겼다. SK일렉링크도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대주주였던 SK네트웍스가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면서 SK 자회사 관계는 종료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하기엔 수익성이 너무 낮다. 국내 충전업계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위주로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을 깨기 위한 요건 중 하나가 급속충전기 확충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48만4660대로, 충전기 1대당 전기차 1.8대 수준으로 유럽이나 중국보다도 양호한 환경이다. 하지만 전체 충전기의 89%가 아파트, 주택 등에 주로 설치된 완속충전기라 급속충전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완충하려면 10시간 가까이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완속충전기 위주 보급 정책으로는 전기차를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30분에서 1시간 걸리는 급속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비는 ‘5분 충전’을 가능하게 하는 메가와트 충전시스템(MCS)으로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6)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이근욱 본부장은 “차량 뿐 아니라 최근 화두인 휴머노이드에서도 배터리 충전 기술이 필수다. 로봇 활용도를 극대화하려면 MCS와 같은 급속 충전이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