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동시대를 누빈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삼총사의 봄이 각자 다른 풍경을 맞이하고 있다. LA 다저스에서 원클럽맨으로 은퇴한 클레이튼 커쇼(37)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에서 라스트 댄스를 준비하고 있고, 토론토 블루제이스 복귀설이 나오고 있는 맥스 슈어저(41)는 FA 미계약 신세로 여전히 현역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누구도 거스를 순 없지만 ‘금강불괴’ 저스틴 벌랜더(43·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아직도 건재하다.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친정팀 디트로이트와 1년 1300만 달러에 FA 계약하며 현역 연장에 성공한 벌랜더는 지난 21일 43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현역 투수 중 최고령이다.
‘MLB.com’에 따르면 벌랜더에겐 생일도 평범한 하루였다.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두 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하며 실전 준비를 위해 박차를 가했다.
디트로이트는 구단 SNS를 통해 벌랜더의 생일을 축하했지만 팀 미팅에선 조용히 넘어갔다. A.J. 힌치 디트로이트 감독은 “난 거의 매일 벌랜더의 나이를 언급하곤 한다. 오늘은 나이를 언급하지 않는 게 적절할 것 같다”며 농담 섞어 말했다.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는 벌랜더가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다.
흰 수염이 난 벌랜더는 “22살 때부터 45살까지 던지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 여기까지 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생각해보면 그런 말을 한 건 순진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집스러운 마음가짐이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며 “나이를 자주 생각하진 않는다. 여전히 회복력이 좋고, 움직임도 유연하다. 다만 오프시즌에 조정할 때는 고려해야 할 게 있다. 그동안 무거운 웨이트를 들고 많은 운동을 했는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인 45세까지 2년 더 남았다. 벌랜더는 “톰 브래디, 타이거 우즈처럼 오랫동안 최정상에서 활약해온 선수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있었다. 커리어를 더 연장하는 방법이나 그들이 후회하는 일 같은 것들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유할 순 없지만 항상 배우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골프 황제’ 우즈는 50세에도 현역이고, NFL 역대 최고령 쿼터백 기록을 쓴 브래디는 3년 전 45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사진] 2005년 디트로이트 신인 시절 저스틴 벌랜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5년 디트로이트에서 데뷔한 뒤 20시즌 통산 555경기(3567⅔이닝) 266승158패 평균자책점 3.32 탈삼진 3553개를 기록 중인 벌랜더는 현역 투수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1위다. 사이영상 3회, 올스타 9회, 시즌 MVP 1회, 평균자책점 1위 2회, 다승 1위 4회, 탈삼진 1위 5회,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 2회까지 선수로서 이룰 것은 다 이룬 화려한 커리어이지만 45세 현역 목표를 위해 멈추지 않고 있다.
2024년 휴스턴에서 5점대(5.48)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하며 은퇴 시점이 찾아온 것 같았지만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29경기(152이닝) 4승11패 평균자책점 3.85 탈삼진 137개로 반등에 성공했다. 벌랜더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특히 작년에는 스스로 증명을 해야 했다. 다시 루틴을 만들어 5일마다 투구하며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꼭 해내고 싶었던 목표였고, 해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여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지난해 반등세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한편 디트로이트의 최고령 투구 기록은 20시즌 통산 219승을 거둔 좌완 투수 케니 로저스가 갖고 있다. 로저스는 2008년 9월1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43세 309일의 나이로 현역 마지막 등판을 가졌다. 올해 벌랜더가 풀시즌을 소화해도 로저스 기록은 깰 수 없다. 하지만 올해 또 건재를 알리고 계약에 성공한다면 44세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