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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와칭] 솔지 VS 합맞, '연프' PD들의 솔직 고백 "빌런? 그런건 없다"

중앙일보

2026.02.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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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지옥' 김재원 PD(오른쪽)와 '합숙맞선' 김나현 PD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연프의 시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른바 '연프'의 시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리얼 연애 예능 프로그램(줄여서 ‘연프’라고 부른다)들이 생긴다. 매력적인 남녀 출연자들이 특정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되어 서로 탐색하고, 구애하고, 감정을 확인하는 내용은 거의 비슷하지만, 설정은 조금씩 다르다.

30기 넘게 방송되고 있는 ENA의 '나는 솔로'를 비롯해 헤어진 연인들의 서사를 깔고 있는 tving 오리지널 '환승연애', 출연진이 연하남과 연상녀들로만 구성된 KBS 2TV의 '누난 내게 여자야', 50대 이상 시니어 세대의 사랑 찾기인 JTBC의 '끝사랑' 까지, 그야말로 온갖 세대와 관계를 망라한 연애 프로그램의 전성기다.

2026년 초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 결혼적령기 남녀들이 각자의 어머니와 함께 출연한 SBS '합숙맞선'이 반향을 일으켰다. ‘솔로지옥’은 ‘세상에서 제일 핫한 지옥’이란 부제처럼 연예인 뺨치는 매력적인 남녀가 벌이는 줄다리기가 압권이고, ‘합숙맞선’은 남녀 출연자가 OK를 해도 어머니들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커플이 되지 못하는, ‘현실적인(?) 규칙’이 큰 화제를 모았다.
SBS '합숙맞선'의 한 장면. 사진 SBS
도대체 한국인은 어쩌다 이렇게 '남들의 연애'를 좋아하게 된 것일까. 최근 시즌5를 마치고 시즌6 제작에 들어간 '솔로지옥'의 김재원 PD(이하 '솔')와 시즌2 제작이 결정된 '합숙맞선'의 김나현 PD(이하 '맞')를 만나 화면 저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같은 ‘연프’지만 색깔은 정 반대다
솔: '솔로지옥'은 '세계에서 제일 핫한 지옥'을 표방한다. 최고의 매력적인 남녀들이 자신만큼 매력적인 사람들을 만나, 인생의 정점을 찍을 사랑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맞: 출발점은 '솔로지옥'인데(김나현 PD는 '솔로지옥' 초기 제작진 중 한 사람이다), 기왕이면 색깔이 다른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었다. 연애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 즉 결혼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상대의 가족, 특히 부모님을 통과해야 한다. 이걸 압축해서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싶었다.


Q : 어떤 출연자를 찾고, 선택하나?
솔: 공모도 하고, 추천도 받고, SNS 등을 보고 섭외도 한다. 물론 섭외에 응한 사람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면 탈락시키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1:1 상황에서의 매력이다. 그래서 최종 면접은 제작진이 빠지고, 인터뷰 전문가가 1:1로 진행한다. (이유를 묻자) 시즌을 거듭하다 보니 여러 명을 상대로 말을 잘하는 사람과, 단둘이 있을때 때 말을 잘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인터뷰도 1:1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맞: 인터뷰 과정에서 진심으로 결혼에 대한 열정이 있는가에 가장 중점을 두고 출연자를 결정했다. 물론 어머니를 모시고 나오는 프로그램인 만큼,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말 요즘 부모와 자식들은 서로에 대해 참 모르는구나 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웃음).


Q : 평소에도 인기가 많을 사람들인데, 이들은 왜 '굳이' 방송에 나올까. 방송은 이들에게 뭘 줄 수 있나
솔: 평소에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여기 오면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솔로지옥’ 출연자 같은 사람들은 일상에서도 늘 그런 사람들끼리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러기 쉽지 않다. 이들도 ‘나처럼 핫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그들과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룬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
맞: 물론 결혼의 기회다. 개방된 세상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양쪽을 다 아는 사람이 소개해준’ 사람을 선호한다. 굳이 방송에서 사람을 찾느냐 싶기도 하지만, 반대로 방송에 출연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1차적인 검증은 충분히 통과한,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솔로지옥' 김재원 PD. 김경록 기자


Q : '솔로지옥'은 출연자들이 ‘승리’를 위해 대결하는 스포츠 중계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솔: 그 기사를 읽어 봤는데, 상당 부분 공감한다. 핫한 사람 중에서도 내가 최고라는 걸 과시하고 싶은 욕구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출연자 각자가 실제 삶에선 인기의 중심인 사람들일 것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심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요소일 거라고 생각한다. ('[송원섭의 와칭] 솔로지옥5, 연애라는 이름의 프로 스포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4257 참조)


Q : '합숙맞선'에서 어머니 아닌 아버지가 같이 나올 수는 없었나?
맞: 실제로 검토를 했다. 둘중한 쪽이라면 어머니가 상식적이었을 텐데, 출연자 중 일부, 특히 여성 출연자 후보 중 '아버지와 나오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즌2에선, 아버지나 다른 가족도 생각해 보려고 한다.


Q : 출연자의 진정성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솔: 시청자들은 출연의 목적이 순수하지 않다고 보기도 하고, ‘빌런’을 찾기도 하지만, 가까이서 관찰할수록 ‘빌런’ 같은 것은 없다. 다들 그 안에 있는 동안만큼은 100% 진심이다. 특히 이번에 화제였던 최미나수의 경우에는 너무나 솔직하게 진심으로 프로그램에 임해서, 제작진으로선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맞: 처음 카메라 앞에 서면 누구나 조심스럽게 행동하지만, 한 이틀만 지나면 자신들이 마이크를 차고 있다는 사실도 잊는다. 누구도 일주일, 열흘씩 ‘연기’로 자신을 감출 수는 없다. 카메라에는 출연자들의 실망이나 좌절도 그대로 담기는데, 연민을 느낄 때도 있다.

'합숙맞선' 김나현 PD. 김경록 기자.

Q : 제작진으로선 개입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기 힘들텐데.
솔: 제작진의 가장 큰 악몽은 내일이 녹화 마지막 날인데 한 커플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실제로 가끔 그런 꿈을 꾼다). 물론 그렇다 해도 뭘 어쩌겠는가. 무작위로 다시 매칭 게임을 해 서로 접점이 없었던 출연자들이 대화할 기회를 주거나 하는 게 고작이다.
맞: 어떻게 해 보려 한다 해도, 관찰 프로그램은 살아있기 때문에 절대로 제작진의 의도대로 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합숙맞선’에서는 어머니들이 빠지면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아서, 어머니들에게 강제 휴가를 주고 자녀들만 남긴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어머니들이 사라지니 긴장감이 뚝 떨어져서 막상 방송 분량을 만들지 못한 적이 있다.


Q : ‘솔로지옥’의 경우, 홍진경이 “제작진으로부터 ‘막말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들었다”고 말하는 내용이 있다.
솔: 그 장면을 굳이 방송으로 내보낸 것은, 스튜디오 패널들이 하는 말들은 그 출연자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제작진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번 시즌의 경우, 화제가 된 출연자 최미나수는 자기 소신에 따라 행동했고, 찬반 여론이 있었지만, 패널들이 지나치게 치우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나: ‘합숙맞선’에서는 스튜디오 패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편이다.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때문에 최대한 솔직하게 발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솔로지옥’에 홍진경이 있다면 ‘합숙맞선’에서는 서장훈이 중년 이상 시청층의 속마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최미나수(아래쪽)가 '솔로지옥' 시즌5에서 장난스러운 몸짓을 보이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Q : 시청자들은 왜 연프를 좋아할까?
솔: 본능적으로 출연자들의 감정이 진짜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면, 보는 사람이 가장 먼저 안다.
나: 요즘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모습을 원하는 것 같다. 그들 중에는 ‘빠’와 ‘까’가 공존하는데, 하루아침에 태도가 바뀌기도 한다. 아무튼 내가 응원하는 출연자에게 감정이입하는 것은 매우 강렬한 경험인 것 같다.


Q : 출연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솔: 인생에 한 번, 젊은 날 가장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전을 권한다. 물론 카메라 앞에서도 가드를 내리고 솔직하게 모든 걸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사람들은 점점 더 입체적이고 살아 숨쉬는 캐릭터에게 호감을 느낀다.
나: ‘한방’에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속깊은 대화도 할 수 있다.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한 프로그램 아닐까.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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