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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탄 뒤 해외 체류한 박사…대법 "환수 조치 정당"

중앙일보

2026.02.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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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모 이미지. 사진 pixabay
연구비를 타낸 뒤 해외에서 체류한 박사로부터 연구비를 회수하는 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악이론 연구자인 A씨는 조선시대 사대부 음악 양식을 연구하기 위해 학술지원사업에 응모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19년 2월부터 주관 연구기관인 모 여대 산학협력단에 연구비로 약 68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A씨는 같은 해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배우자를 따라 출국해 미국에 체류하면서 이 과제를 수행했다.

A씨가 외국에서 과제를 수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육부는 A씨에게 연구비 중 인건비 6600만원 환수 처분을 내렸다. 또 1년간 학술지원 선정 대상자에서 A씨를 제외하도록 조치했다. A씨가 국내에 체류하면서 과제를 수행할 의무가 있는데도 재단의 허가 없는 해외 장기출장을 금지한 협약을 위반했다고 봤다.

A씨는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당시 협약은 개정 중이었고, 개정된 협약을 안내받지 못해 국내 체류가 필요한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과제를 성실히 수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연구비 전부 환수는 과도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미국에 체류했다는 사실만으로 협약을 위반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단에서 공고 당시 연수기관을 ‘국내 대학’으로 제한했을 뿐 거주지 요건은 정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협약에서 해외 출장시에는 승인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긴 하나, 이는 ‘연구에 관한 출장’을 의미하는 것일 뿐, 사적인 이유로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건 아니라고 봤다.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단의 연구비 환수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사후국내연수는 국내에서 연구할 수 있는 연구기관에 대한 학술연구활동의 지속성 유지와 연구능력의 질적 향상이 목적”이라며 “핵심적인 연구는 국내 기관에서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단은 과제관리 안내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며 “연구자가 과제수행을 위해 준수해야 할 사항은 스스로 확인해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자의 거주지나 체류장소가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면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뿐만 아니라 지원사업의 목적에도 반한다”고 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처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누락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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