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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머니클럽] 버핏이 던진 아마존, 애크먼이 쓸어 담았다

중앙일보

2026.02.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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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월가를 쥐락펴락하는 전설적인 투자 구루 5인(워런 버핏, 빌 애크먼, 데이비드 테퍼, 조지 소로스, 레이 달리오)의 2025년 4분기 투자 성적표(13F)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13F를 관통하는 핵심 트렌드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AI로 수렴하되, 빅테크 내부에서는 ‘선별과 갈아타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분기점에 아마존이 서 있다.” 단순히 누가 무엇을 샀느냐를 넘어, 서학 개미가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핵심 인사이트를 정리했습니다.
차준홍 기자
① ‘빅테크를 산다’가 아니라, ‘빅테크 안에서 갈아탄다’
이번 13F는 더 이상 “빅테크라면 일단 담고 본다”는 맹목적인 전략이 통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대가들은 같은 기술 섹터 안에서도 과감하게 옥석을 가리고 비중을 섬세하게 조정했습니다.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 스퀘어는 메타에 펀드 자본의 약 10%에 달하는 20억 달러(약 3조원)를 신규 투입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탐색전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핵심 베팅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반면 기존에 보유하던 알파벳 지분은 38%나 덜어내며 대형 기술주 내부의 비중을 확연히 재정비했습니다.

데이비드 테퍼의 아팔루사 역시 기술주 내부의 과감한 재배치가 돋보였습니다. 그는 마이크론을 100만 주 추가 매수해 약 4억2800만 달러 규모로 비중을 키웠고, 알파벳 또한 5억6000만 달러 수준까지 대폭 늘렸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핵심 AI 반도체 주식인 AMD의 비중은 약 62만5000주나 크게 축소했으며, 알리바바와 우버 역시 비중을 덜어냈습니다.

레이 달리오의 브리지워터 역시 빅테크 내부의 지각변동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는 엔비디아를 약 135만 주 더 사들이며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확고히 다진 반면, 기존에 들고 있던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중은 일제히 축소했습니다. 같은 ‘테크’라 할지라도 광고 기반 플랫폼, 검색과 클라우드, 메모리 반도체, AI 연산 인프라 등 수익 창출 구조에 따라 대가들의 자본 이동이 정교하게 엇갈린 포트폴리오 조정의 분기였습니다.

② 같은 아마존을 두고 벌어진 전혀 다른 판단
특히 이러한 빅테크 내 포트폴리오 조정 중에서도 가장 극적이고 흥미로운 장면은 아마존을 둘러싼 대가들의 엇갈린 선택에서 드러났습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4분기에 아마존 지분을 무려 75% 가까이 대폭 축소했습니다. 과거 아마존 투자 초기 “더 일찍 사지 않은 것이 바보 같았다”며 아쉬워했던 버핏이 약 1000만 주에 달하던 주식을 230만 주 수준으로 과감하게 덜어낸 것입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최근 버크셔를 떠난 투자 매니저 토드 콤스의 포트폴리오 정리 수순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빌 애크먼은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퍼싱 스퀘어는 같은 기간 아마존 지분을 무려 65%나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약 8억 6500만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추가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아마존은 총 22억 달러 이상의 펀드 내 3대 보유 종목으로 단숨에 뛰어올랐습니다. 똑같은 초우량 기업을 두고 한쪽은 대규모 축소를, 다른 한쪽은 공격적인 확대를 선택한 것입니다.

③ AI는 뜬구름 잡는 ‘스토리’가 아니라 거대한 ‘설비 투자 사이클’
이처럼 개별 기업을 두고는 베팅이 엇갈렸지만, 이번 13F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확고한 축이 있습니다. 바로 AI를 대하는 구루들의 태도입니다. 이들은 AI를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철저하게 실체가 있는 자본지출(Capex) 사이클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브리지워터가 엔비디아 지분을 약 2억5300만 달러어치나 추가 매수한 것은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관문을 쥐고 있는 기업에 대한 명확한 베팅을 의미합니다. 데이터센터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AI 연산 수요의 중심을 정확히 겨냥한 것입니다. 조지 소로스의 펀드 매니지먼트는 맞춤형 AI 칩 시장의 확대를 기대하며 브로드컴을 약 3540만 달러어치 신규 매수했습니다. 이에 더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로보틱스에 대규모 자본을 쏟아붓고 있는 테슬라를 약 2550만 달러 규모로 편입하며 AI 응용 영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빌 애크먼의 메타 투자 역시 궤를 같이합니다. 시장은 메타의 천문학적인 AI 설비 투자를 비용 축소의 리스크로 보며 우려했지만, 애크먼은 오히려 이것이 AI 기반 광고 고도화 등으로 이어져 막대한 장기적 현금 창출력을 가져올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대가들에게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막대한 설비 투자가 곧 현금흐름으로 직결되는 산업 구조의 거대한 변화를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13F는 단순히 대가들이 “AI를 샀다”는 한 줄 요약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자본은 분명 AI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릴지에 대해서는 구루들 사이에서도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났습니다.
한국을 ‘종목’이 아닌 ‘시장 방향성’에 베팅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해외 구루의 시각도 흥미롭습니다. 데이비드 테퍼의 아팔루사는 한국 시장에 1억 8200만 달러 규모로 투자에 나섰습니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개별 종목을 직접 매수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신 한국 대표 기업들의 비중이 높은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 ETF(EWY)를 대거 사들였습니다.

이 선택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특정 기업의 실적 개선이나 개별 이벤트에 베팅했다기보다, 한국 대형주 전반과 시장 흐름 자체를 한꺼번에 바구니에 담은 것입니다. 즉, 종목 단위가 아닌 시장 단위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한국 증시의 거시적 방향성에 무게를 둔 전략적 배치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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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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