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산림청장이 음주운전 사고로 전격 경질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산불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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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산림청장 중 최단기 재임
청와대는 지난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김인호 산림청장을 직권으로 면직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을 해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경기 성남시 신기사거리에서 술을 마신 채 승용차를 몰다가 승용차와 버스 등 자동차 2대를 잇달아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청장이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통과하자 행인이 깜짝 놀라 피하기도 했다. 김 청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김 청장을 형사 입건했다.
김 청장은 취임 192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역대 산림청장 가운데 사실상 가장 짧은 재임 기록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1967년 산림청 개청 후 김 청장까지 36명이 산림청장을 지냈다. 이 가운데 최단기 재임자는 제13대 이동우 청장이다. 그는 1990년 3월 20일부터 같은 해 9월 23일까지 191일 재임했다. 음주운전으로 경질된 김 청장은 이보다 하루 길다. 하지만 농림수산부 차관으로 영전한 이동우 차관과 김 청장은 사정이 다르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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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고위 공직자 음주사고는 이례적
차관급 고위 공직자가 음주 사고를 낸 것도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림청장을 지낸 A씨는 “공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건 상식에 가깝다”라며 “그런데 고위 공직자인 김 전 청장의 음주 사고는 의외”라고 말했다. 산림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산림청 조직 전체의 명예와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경질된 김 청장은 30여년간 신구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산림청 산림정책평가위원,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생명의숲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이재명 정부 초대 산림청장 자리에 올랐다. 김 청장은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기 운영한 공직자 국민추천제에서 자신을 산림청장으로 추천하는 글을 올려 ‘셀프추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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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불 방지 담화문 발표
김 청장의 음주 사고는 정부가 산불 조심 기간을 설정하고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 1월 20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산불조심 기간으로 정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행정안전부·법무부·국방부·농림축산식품부·산림청·경찰청·소방청 등 7개 기관 합동으로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또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봄철 산불 방지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각별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가 담화문까지 발표한 건 지난달 27일 산불 위기경보 단계가 1월 중엔 사상 처음으로 ‘경계’까지 격상되는 등 산불 위험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산불 피해 규모는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0일까지 화재 발생 건수는 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건) 대비 71.2% 증가했다. 이로 인한 화재 피해 면적도 같은 기간 15.58ha에서 247.14ha로 17배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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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에도 산불 12건 발생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1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 12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9시14분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야산에서 난 산불 진화 작업이 밤새 이어졌다. 이로 인해 주민 30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진화차 19대와 인력 120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대기와 주변 산림이 건조한 상태에서 평균풍속 초속 2.5m의 남남동풍을 타고 산불이 확산했다.
또 지난 21일 오후 2시 22분쯤 예산군 대술면 송석리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 불은 오후 6시 40분쯤 주불이 진화됐으나 오후 10시30쯤 잔불 진화 도중 불길이 거세져 주민 60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 불은 22일 오전 진화됐다.
산불 진화에 투입하는 인력·장비도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화재 1건당 94명의 인력과 2.0대의 헬기를 투입했지만, 올해는 건당 152명의 인력과 4.3대의 헬기를 투입하고 있다. 인력 투입은 62%, 헬기 투입은 115% 각각 증가했다. 박은식 산림청 차장은 “산불 발생 시 현장 지휘체계를 철저히 유지하고, 모든 가용 자원을 신속히 투입해 초동 대응에 완벽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