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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장은 음주사고로 퇴진…전국서는 산불로 주민 대피

중앙일보

2026.02.21 17:50 2026.02.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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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산림청장이 음주운전 사고로 전격 경질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산불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김인호 산림청장이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산림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산림청장 중 최단기 재임

청와대는 지난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김인호 산림청장을 직권으로 면직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을 해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경기 성남시 신기사거리에서 술을 마신 채 승용차를 몰다가 승용차와 버스 등 자동차 2대를 잇달아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청장이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통과하자 행인이 깜짝 놀라 피하기도 했다. 김 청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김 청장을 형사 입건했다.

김 청장은 취임 192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역대 산림청장 가운데 사실상 가장 짧은 재임 기록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1967년 산림청 개청 후 김 청장까지 36명이 산림청장을 지냈다. 이 가운데 최단기 재임자는 제13대 이동우 청장이다. 그는 1990년 3월 20일부터 같은 해 9월 23일까지 191일 재임했다. 음주운전으로 경질된 김 청장은 이보다 하루 길다. 하지만 농림수산부 차관으로 영전한 이동우 차관과 김 청장은 사정이 다르다는 평가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사진 산림청


차관급 고위 공직자 음주사고는 이례적

차관급 고위 공직자가 음주 사고를 낸 것도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림청장을 지낸 A씨는 “공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건 상식에 가깝다”라며 “그런데 고위 공직자인 김 전 청장의 음주 사고는 의외”라고 말했다. 산림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산림청 조직 전체의 명예와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경질된 김 청장은 30여년간 신구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산림청 산림정책평가위원,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생명의숲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이재명 정부 초대 산림청장 자리에 올랐다. 김 청장은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기 운영한 공직자 국민추천제에서 자신을 산림청장으로 추천하는 글을 올려 ‘셀프추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21일 오후 충남 예산군 대술면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예산군은 산불 발생지 인근 주민들에게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해 달라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연합뉴스


정부, 산불 방지 담화문 발표

김 청장의 음주 사고는 정부가 산불 조심 기간을 설정하고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 1월 20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산불조심 기간으로 정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행정안전부·법무부·국방부·농림축산식품부·산림청·경찰청·소방청 등 7개 기관 합동으로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또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봄철 산불 방지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각별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가 담화문까지 발표한 건 지난달 27일 산불 위기경보 단계가 1월 중엔 사상 처음으로 ‘경계’까지 격상되는 등 산불 위험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산불 피해 규모는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0일까지 화재 발생 건수는 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건) 대비 71.2% 증가했다. 이로 인한 화재 피해 면적도 같은 기간 15.58ha에서 247.14ha로 17배가량 늘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21일에도 산불 12건 발생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1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 12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9시14분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야산에서 난 산불 진화 작업이 밤새 이어졌다. 이로 인해 주민 30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진화차 19대와 인력 120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대기와 주변 산림이 건조한 상태에서 평균풍속 초속 2.5m의 남남동풍을 타고 산불이 확산했다.

또 지난 21일 오후 2시 22분쯤 예산군 대술면 송석리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 불은 오후 6시 40분쯤 주불이 진화됐으나 오후 10시30쯤 잔불 진화 도중 불길이 거세져 주민 60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 불은 22일 오전 진화됐다.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야산 앞에 산불조심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뒤로 시커멓게 그을린 산은 지난해 경북 초대형 산불 때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뒤 아직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1월 27일 오후 5시를 기해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전역과 강원 9개 시군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뉴스1
산불 진화에 투입하는 인력·장비도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화재 1건당 94명의 인력과 2.0대의 헬기를 투입했지만, 올해는 건당 152명의 인력과 4.3대의 헬기를 투입하고 있다. 인력 투입은 62%, 헬기 투입은 115% 각각 증가했다. 박은식 산림청 차장은 “산불 발생 시 현장 지휘체계를 철저히 유지하고, 모든 가용 자원을 신속히 투입해 초동 대응에 완벽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방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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