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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안내판에 주차 지옥…236억 들인 전북도립국악원 무슨일

중앙일보

2026.02.21 19:56 2026.02.2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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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주차장이 국악원 직원·단원·교육생 등 승용차로 뻬곡하다. 주차 차단기가 열려 있어 외부인도 이곳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김준희 기자


교육생만 1300여명…주차면은 127개

지난 9일 오후 3시 방문한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의 지상·지하 주차장은 승용차로 빼곡했다. 건물 외벽에는 ‘K컬처로 세계를, 올림픽으로 하나를! 하계올림픽 후보도시 전북 전주’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전북도가 1986년 설립된 도립국악원을 허물고 그 부지(5575㎡)에 신청사로 지은 건물이다.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6339㎡) 규모로 신축해 지난해 7월 개관했다. 사업비로 총 236억원을 들였다.

건물이 낡고 비좁은 데다 안전 진단 결과 C등급(보수·보강 시급) 판정을 받자 전북도는 청사를 새로 짓기로 했다. 기존 도립국악원 연면적은 2504㎡, 주차 공간은 110면이었다. 그런데 신청사의 주차 공간은 127면으로 기존보다 17면만 늘었다. 도립국악원에는 창극단·무용단·관현악단 단원과 사무국 직원 등 140여명이 상주하고, 한 학기 교육생은 1300여명에 달하는데도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건물 내부 안내판도 뒤죽박죽이었다. 1층 입구 점자(동판) 안내판과 실제 공간 배치가 달랐다. 안내판에는 판소리·고법(북 치는 법)이 2층에 있다고 적혀 있지만, 지하 1층에 해당 공간이 있는 식이다. 안내실과 엘리베이터 옆엔 실제 공간 배치에 맞춰 국악 교육 과목별 담당 교수와 장소를 안내하는 A4 용지가 임시로 붙어 있었다. 14개 연수실에선 무용·가야금·판소리·풍물 등 수업이 한창이었다.

전북도립국악원 입구에 있는 점자 안내판. 실제 공간 배치와 다르다. 김준희 기자 전북도립국악원 1층 로비에 임시로 설치한 국악 연수 교육장 안내판. 김준희 기자 전북도립국악원 1층 엘리베이터 옆에 A4 용지로 만든 임시 안내판이 붙어 있다. 김준희 기자


7000만원 주차 차단기 ‘유명무실’

복도에서 만난 한 여성 교육생은 “200억원이 넘는 큰돈을 도대체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며 “신청사 개원 후 7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가장 기본적인 안내판조차 엉터리이고, 주차장도 좁아터져 올 때마다 차 댈 곳이 없어 주변을 뱅뱅 돌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비장애인인 단원·직원·교육생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차를 대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주차난은 건물 구조에서도 드러났다. 다른 교육생은 “특히 지하 주차장은 지상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비좁아 드나드는 차들이 서로 뒤엉켜 정체되는 일이 잦다”며 “인근 덕진공원 방문객 등 외부인까지 국악원 주차장을 이용해 더 난리”라고 귀띔했다. 도립국악원은 한 대당 약 3500만원짜리 주차 차단기 2대를 설치했지만, 현재는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주차를 관리하는 전담 직원도 없다.

전북도립국악원 지하 주차장 입구. 통로가 좁아 차들이 뒤엉켜 정체되는 일이 잦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전북도립국악원(오른쪽)과 전주덕진예술회관이 있다. 두 곳 모두 주차 차단기를 설치했지만, 현재 덕진예술회관만 차단기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1시간 무료 이후 15분당 250원씩 주차 요금을 받고 있다. 김준희 기자


전북도 “법적 요건 충족”… 국악원 “주차장 유료화 검토”

반면 맞은편 전주덕진예술회관은 주차 차단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1시간 무료 이후 15분당 250원씩 주차 요금을 받고 있다. 도립국악원 안팎에선 “국악 교육과 공연의 질을 높이겠다며 신청사를 지었지만, 공간 협소 등 옛 청사 문제가 여전하다” “이래서야 K컬처 메카라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전북도 측은 “주차장이 부족한 건 맞지만, 법적 요건은 모두 충족했다”며 “기존 동판 배치도는 실제 교육실 위치와 달라 새로 제작하기 위해 발주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도립국악원 관계자는 “차량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주차 공간이 500면은 더 있어야 한다”며 “설계 초기에 지하 2층까지 팠어야 했는데 거기까지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전북도에 기간제라도 전담 주차 관리 인력 1명을 요청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차 차단기에 대해선 “개원 초기 한 달간 수강생 차량 등록 후 운영했으나, 6개월마다 다시 등록해야 하는 데다 도의회에서 주차장 개방 요구가 있어 열어둔 상태”라며 “필요하면 다시 통제하거나 유료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북도립국악원 외벽에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준희 기자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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