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튀르키예의 암울한 정치적, 사회 문화적 문제를 다룬 영화에 1등상과 2등상을 수여했다. 베를린 영화제에 7년 연속 초청된 홍상수 감독은 신작 ‘그녀가 돌아온 날’을 공개한 직후 북미 배급권 계약을 체결했다.
2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베를리날레팔라스트에서 열린 76회 베를린 영화제 시상식에서는 독일과 튀르키예 합작 영화 ‘옐로 레터스’(Yellow letters)가 최고 영예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옐로 레터스’는 독재 정권의 탄압으로 생계를 잃은 예술가 부부가 일상에서 점점 어려운 선택에 내몰리는 암울한 현실을 그렸다. 영화를 연출한 일커 차탁 감독은 튀르키예계 독일인으로, 촬영은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에서 했지만, 영화 속 배경은 튀르키예 앙카라와 이스탄불로 설정했다. 심사위원장인 독일 감독 빔 벤더스는 “이 영화는 전체주의의 정치적 언어에 맞서는 영화적 공감의 언어를 보여주었다”며 “이는 단지 한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소름 돋는 예언’으로 보았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2등상 격인 은곰상 심사위원대상도 튀르키예가 배경인 영화 ‘구원(Salvation)’에 돌아갔다. 튀르키예인 에민 알페르 감독의 작품으로, 시골 마을들 사이의 갈등을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로 그렸다. 실제 2009년 튀르키예마르딘의 농촌 마을에서 벌어진 44명 학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에민 알페르는 2022년 튀르키예 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감독이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의 억압을 받은 튀르키예 감독들이 해외 투자를 받아 만든 영화가 다수 개봉하는 데 베를린영화제가 긍정적인 신호탄이 됐다고 평했다.
이어 은곰상 심사위원상은 런던 알츠하이머 부부 이야기를 다룬 미국 랜스 해머 감독의 ‘퀸 앳 시(Queen at Sea)’가 받았다. 감독상은 영국 그랜트 지 감독의 ‘에브리원 디그스 빌 에반스’(Everyone Digs Bill Evans)가 수상했다.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인 빌 에반스가 중독과 투쟁을 벌이는 과정을 흑백 영화에 담았다. 주연상은 영화 ‘로즈’에 출연한 산드라 휠러, 조연상은 ‘퀸 앳 시’의 애나 콜더 마셜과 톰 코트니가 공동 수상했다. 각본상은 ‘니나로자’(Nina Roza)를 쓴 캐나다 감독 쥐느비에브 뒤뤼드 드 셀에, 특별 예술 공로상은 미국 다큐멘터리 ‘요’에 돌아갔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선 배우 배두나가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또 7년 연속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은 신작 ‘그녀가 돌아온 날’ 프리미어 상영 직후 전세계 독립 영화 배급사인 ‘시네마 길드’와 북미 배급권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영화계 ‘최고참’ 격인 정지영 감독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신작 ‘내 이름은’으로 비경쟁 포럼 섹션에 초청돼 베를린의 레드카펫을 처음 밟았다. 신예 유재인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품 ‘지우러 가는 날’로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경쟁부문에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