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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글로벌 관세' 하루만에 10%→15% 인상...무역법 근거해 "주요 교역국 조사"

중앙일보

2026.02.21 23:50 2026.02.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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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달인’을 자처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의 ‘만능키’로 활용해온 상호관세가 원천 무효가 됐다. 미 연방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무차별적으로 부과해온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단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이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이라고 최종 판결한 것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전세계에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하루 뒤인 21인엔 해당 관세를 15%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세계 모든 국가에 대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플랜B를 가동했고, 하루만인 21일엔 관세율을 법이 정한 최고 한도인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보수 우위’ 대법원, 무차별 관세 제동

트럼프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상호관세를 무효로 만든 건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다.

대법원은 그간 주요 정치적 국면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향의 판결을 내려왔다. 그러나 6명 보수 성향 대법관 중 절반인 3명이 “관세 부과의 주체는 의회”라는 미 헌법의 정신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이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이라고 최종 판결한 것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전세계에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하루 뒤인 21인엔 해당 관세를 15%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1기 행정부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던 대법관들까지 합세해 함께 작성한 판결문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비상 권한’은 결국 비상 사태를 야기하게 된다”며 “이러한 비상 사태는 결국 의회 권력을 찬탈하기 위한 손쉬운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들을 향해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의 애완견 노릇을 했다”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외국의 이익에 영향을 받았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지만, 구체적 근거를 요구하는 질문엔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10%→15% ‘고무줄’ 임시관세도 위법 논란

상호관세 카드를 상실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플랜B를 가동시켰다. 시작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세계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10%의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세계 관세(Worldwide Tariff)’로 명명하며 미 동부시간 24일 0시1분에 발효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김경진 기자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법원 판결문은) 터무니없고 형편 없이 작성됐고 극도로 반미(反美)적”이라며 격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관세 10%를 (법이) 허용한 최대치이자 법적으로 검증된 1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10% 관세 부과 발표 이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어진 관세 인상 조치에 대해 “참모들이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추가 관세 인상 조치가 충분한 협의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날 관세 인상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추가로 취할 수단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는 15%가 상한이고, 부과 기간은 150일로 한정된다. 연장을 위해선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현지 언론들은 이미 캐나다 관세 부과에 대한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대거 이탈한 사례를 들어 “의회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한 직후인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는 특히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부과한 관세도 위법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은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 해결을 위해 도입됐는데, 현재 상황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역대 대통령 중 122조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진짜 카드는 301조?…“주요 교역국 조사”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대체를 위해 준비한 진짜 카드는 무역법 301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301조 적용을 위한 조사를 개시한다”며 특히 조사 대상을 “대부분의 주요 교역국”이라고 명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주도해온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하고 차별적 무역 관행을 취하는 국가에 일정 기간의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통상 중국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반복해온 국가에 적용해왔다. 그런데 USTR이 이번엔 조사 대상을 ‘주요 교역국’으로 적시한 것은 사실상 동맹국 등을 압박하기 위한 대체 관세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301조를 적용하기 위해선 조사 및 공청회 등을 위해 최소 몇달에서 경우에 따라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연장이 불확실한 122조 관세의 기한인 150일이 지나기 전에 다수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절차를 완료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 자동차 등에 적용한 품목별 관세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하루만에 '글로벌 관세'를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한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사진은 2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진 모습. 뉴스1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은 데다 필연적인 물가 상승을 야기하는 관세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BC와 워싱턴포스트(WP)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진행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4%가 관세 정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관세 정책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75%에 그쳤고, 특히 공화당 내에서도 ‘마가(MAGA)’가 아니라고 답한 집단에선 관세를 지지한 비율이 43%까지 떨어졌다.



“‘안보 패키지’ 구성한 韓 신중히 대응해야”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DGA그룹 컨설턴트는 이날 중앙일보에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처음부터 상호관세가 무효가 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무역합의를 했던 것은 ‘트럼프의 분노’를 대면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이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이라고 최종 판결한 것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전세계에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하루 뒤인 21인엔 해당 관세를 15%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EPA=연합뉴스
그러면서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301조에 따른 보복 관세와 한국의 주요 수출품과 직결될 수 있는 232조에 따른 품목관세 등 강력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추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한국은 지난해 무역 협상에서 안보 패키지 등 다층적 협력 관계를 합의하는 데 투여됐던 어려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현 시점에서의 재협상 요구 등은 안보 관련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통상분야의 보복 수단을 가지고 있고, 특히 안보 협력을 비롯한 비통상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다”며 “특히 유럽연합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산업이 보복 위험에 노출된 국가들이 미국과의 재협상이나 파기를 요구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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