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중일은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에서도 늘 자존심 경쟁을 펼쳤다. 한국은 전통의 강세 종목인 빙상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설상 종목에서 가능성을 봤다. 일본은 역대 최다 메달 수를 기록하며 빙상과 설상의 동반 호황을 누렸다. 중국은 기대에 못 미친 귀화 선수와 더딘 세대교체 문제를 드러내며 안방에서와는 전혀 다른 원정 부진의 냉혹함을 맛봤다. 다음 대회인 2030 알프스 동계올림픽까지 향후 4년간 한국은 종목 다변화, 일본은 지속적 성장, 중국은 세대교체라는 숙제를 받아 들었다.
대회 개막 전까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등 해외 언론은 한국의 성적을 ‘금메달 2~3개, 종합 순위 14~15위’로 전망했다. 대한체육회의 자체 목표는 ‘금메달 3개 이상, 종합 순위 10위 이내’였다. 한국은 모두 10개의 메달(금 3, 은 4, 동 3)을 따냈다. 당초 적어도 금메달 하나는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 남자 쇼트트랙이 ‘노 골드’에 그쳤다. 대신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의 최가온(18)이 금메달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 전체 메달 수는 예상과 같았다. 최가온 외에도 남자 평행대회전(PGS) 김상겸(37)의 은메달, 여자 빅에어유승은(18)의 동메달 등 스노보드 종목이 선전했다. 한국 동계 스포츠가 빙상 일변도에서 벗어나 설상으로 종목 다변화를 시도 중임을 확인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4년 만에 ‘노메달’을 기록했다. 전반적 평가는 “설상 종목에서 새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빙상 강국 위상은 흔들렸다”는, 즉 ‘불안한 선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기록적 비상’을 보였다. 모두 24개의 메달(금 5, 은 7, 동 12)을 따내며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최다 메달 수를 기록했다. 일본은 스노보드에서만 금 3개를 따내며 이 종목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미우라 리쿠(24)-기하라 류이치(33) 조가 일본 피겨 사상 최초로 페어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일본 언론은 “스노보드 강국으로의 완벽한 변신과 전 종목의 상향 평준화”라고 자평했다. 특히 이번 대회 메달리스트 중에 어린 선수가 많아 4년 뒤 2030 알프스 동계올림픽에서도 선전할 거라는 기대까지 커졌다. 요미우리는 “단일 종목의 돌출이 아니라 전체 종목의 균형 발전이 이뤄낸 결과”라며 반겼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 9개(전체 메달 15개)로 노르웨이-독일-미국에 이어 종합 4위에 올랐던 중국은 이번에 메달 13개(금 4, 은 3, 동 6)를 수확했다. 전체 메달 수는 4년 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금메달만 놓고 보면 ‘충격의 부진’이다. 4년 전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3관왕 구아이링(22·미국명 아일린 구)이 이번에 은 2개(22일 기준)에 그쳤다. 신화통신은 “구아이링이 베이징에서 보여준 압도적 기세를 재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기대했던 남자 쇼트트랙 린샤오쥔(29·한국명 임효준)은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둘 다 귀화 선수다. 중국 체육계는 “해외 스타 선수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자성했다. 그나마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닝준옌(26)이 금메달을 따내 체면치레했다. 환구시보는 “세대교체가 지연되면서 전 종목에서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