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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좁아진 마크롱…이탈리아·독일서 잇따라 찬밥 신세

연합뉴스

2026.02.22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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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정상회담 연기…독일매체 "'빈사의 백조' 같아"
입지 좁아진 마크롱…이탈리아·독일서 잇따라 찬밥 신세
멜로니, 정상회담 연기…독일매체 "'빈사의 백조' 같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외교무대에서 갈수록 외면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 가장 목소리 큰 지도자로 꼽혔으나 내년 5월 퇴임을 앞두고 벌써 레임덕에 빠지는 분위기다.
폴리티코 유럽판 등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오는 4월초 프랑스 툴루즈에서 열기로 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이탈리아 일간 일솔레24오레를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는 양자회담을 오는 6월 15∼17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로 미뤄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공식 정상회담은 2020년 당시 주세페 콘테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의 만남이 마지막이다. 두 나라는 이듬해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퀴리날레 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2022년 10월 멜로니 총리가 취임한 뒤로는 이민정책과 유럽통합, 우크라이나 정책 등에서 사사건건 부딪혔다.
최근에는 프랑스 우파 청년이 극좌 세력에 맞아 숨진 사건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우파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을 이끄는 멜로니 총리는 18일 "유럽 전체의 상처"라며 "이념적 증오 분위기가 여러 나라를 휩쓸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에서는 간섭받기 싫어하는 민족주의자들이 다른 나라 문제에는 항상 맨 먼저 논평하는 게 놀랍다"고 맞받았다.
프랑스의 한 외교관은 멜로니 총리가 지난 12일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회담 연기를 요청했다며 이번 말싸움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EU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18일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과 관련해 "프랑스는 자국이 필요로 하는 사양에 맞춰 한 가지 기종만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은 2017년 6세대 전투기에 전투용 드론·클라우드를 포함한 미래전투공중체계(FCAS) 사업에 합의했으나 지난해 프랑스 업체 다쏘가 자사 지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무산 위기를 맞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쏘의 라팔 전투기 114대를 인도에 수출하는 초대형 계약을 추진하면서 다쏘의 FCAS 지분 확대 요구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전직 프랑스 관료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 프로젝트는 마크롱과 함께 태어났고 마크롱과 함께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보유한 자체 핵무기를 앞세워 유럽 자강론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으나 퇴임을 1년여 앞두고 냉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유럽 주권을 말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나라에서 그에 걸맞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국방비를 늘리라고 요구했다. 그는 투자를 확보하고 사회 부문 예산을 아끼라며 프랑스 재정 운용에 훈수도 뒀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BVA의 지난달 설문에서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은 18%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초 에마뉘엘 본 외교수석을 러시아에 보내는 등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끼어들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뉴스는 이를 두고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에 커다란 기쁨"이라며 "마크롱이 자기 입지를 강화하려다가 전략적 함정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유효기간과 몹시 빈약한 국내 정치 성적표를 감안하면 미셸 포킨의 발레 독무 '빈사의 백조'를 떠올리게 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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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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