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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탄 버스 들이받은 만취 운전자…신분 묻자 “산림청장”

중앙일보

2026.02.22 07:12 2026.02.2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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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로 면직된 김인호(62·사진) 전 산림청장이 사고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산림청장”이라고 본인 신분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지난 20일 오후 10시50분쯤 혈중알코올농도 면허정지 수준으로 술을 마신 채 본인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분당구 정자동 신기사거리에서 버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쇄 추돌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버스에는 기사와 승객 12명, SUV에는 운전자 포함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김 전 청장 차량에는 동승자가 없었다.

김 전 청장은 사고 이후 출동한 경찰이 신분을 묻자 본인이 산림청장이라고 공직자임을 밝혔다고 한다. 119 신고는 20일 오후 10시54분 교통사고 목격자에 의해 최초 접수됐다. 사고에 앞서 폐쇄회로(CC)TV 영상엔 한 보행자가 파란불 신호가 켜져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상황에 김 전 청장이 차를 급히 몰아 들이받을 뻔한 아찔한 모습이 담겼다. 이 보행자가 두세 발자국 재빠르게 움직여 피하지 않았다면 크게 다쳤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또 다른 CCTV에는 추돌 사고를 당한 노란색 버스가 화면 밖으로 지나간 뒤 사고가 난 듯 시민들이 놀라는 모습도 포착했다.

버스 및 SUV 탑승자 총 14명 중 일부라도 경찰에 이번 사고로 다쳤다는 진단서를 제출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이후 만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접수된 피해자 진단서가 없다”며 “피해자 제출 서류 등을 검토한 뒤 피의자(김 전 청장) 소환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김 전 청장의 음주 사고 이튿날인 21일 “이재명 대통령은 산림청장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을 해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권면직 조치했다”며 “앞으로도 이재명 정부는 공직 사회 기강을 확립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 실현을 위해 각 부처 고위직들의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산림청장 역대 최단기간인 취임 192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신구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출신인 김 전 청장은 임명 과정부터 공직자 국민추천제에 본인을 산림청장에 추천하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과 과거 시민단체 성남의제21에서 함께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을 내고 “김 전 청장은 ‘셀프 추천’과 김현지 실장 측근 논란으로 얼룩진 인물로 예고된 인사 참사”라며 “인사 검증 라인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국민추천제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다.





손성배.김방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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