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미 연방 대법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다. 관세는 세금이고 세금은 의회의 권한인 만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국가별 차등 관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상호관세를 지렛대 삼아 주요국에 투자 압박을 가했던 트럼프 정부의 일방통행엔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상호관세가 사라졌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관세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연방 대법원이 문제로 삼은 건 관세 자체보다는 법적 근거다. 그런 만큼 트럼프 정부가 ‘플랜B’를 가동하며 제2·제3의 관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최장 150일간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의회가 연장을 승인하면 기간은 늘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차등 관세 적용을 위한 조치에도 돌입했다.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개별 관세를 더 세게 부과할 수 있다. 품목별 관세도 트럼프가 휘두를 수 있는 칼이다. 자동차(15%)와 철강(50%) 외에 우리 주력 수출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대미 관세 협상은 그야말로 혼돈 양상이다. 대미 투자 관련 입법 지연으로 통상 협상이 꼬이고 양국 간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추진이나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 비관세 장벽을 둘러싼 양국의 온도 차도 상당하다. 통상과 안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합의 구조도 우리에겐 큰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 대법원의 위법 판결에 기대어 섣불리 대미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기존 합의를 수정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미국의 불신을 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외부 변수에도 흔들림 없이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일본이나 다른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가며 제2·제3의 관세를 상수로 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미국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긴밀한 협의를 통해 우리 기업과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