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올해도 가자전쟁 논쟁 속 폐막
팔레스타인 감독 "독일 정부가 주민 학살 가담"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제76회 베를린영화제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싼 논쟁으로 소동을 빚고 22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독일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저녁 영화제 시상식에서 퍼스펙티브 부문 신인감독상을 받은 팔레스타인 출신 압달라 알카티브는 독일 정부를 겨냥해 "당신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주민 학살에 가담하고 있다"며 "우리 편에 선 모든 이들, 우리를 반대한 모든 이들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알카디브 감독의 수상작 '크로니클스 프롬 더 시즈'(Chronicles from the Siege)는 이스라엘에 봉쇄된 가자지구 주민들의 일상을 기록한 작품이다.
알카티브 감독은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인 전통 스카프 케피예를 두르고 나와 미리 적어 온 수상 소감을 읽은 뒤 동료와 함께 팔레스타인 국기를 치켜들었다. 객석에서는 '팔레스타인 해방'과 '하마스로부터 가자지구 해방' 등 정반대 구호와 환호·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독일 연방정부 대표로 시상식에 참석한 카르스텐 슈나이더 환경장관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볼프람 바이머 문화장관은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이스라엘 혐오와 공격적 태도, 신념 강요로 추악한 면모를 드러냈다"며 맹비난했다.
단편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 황금곰상을 받은 레바논 감독 마리로즈 오스타도 수상 소감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하루 전에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어린이 4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현실에서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내 조국 레바논 아이들은 이스라엘의 폭탄에서 자기를 보호할 초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수상작 '섬데이 어 차일드'(Someday a child)는 레바논 소년이 초능력으로 이스라엘 전투기를 격추하는 이야기다.
베를린영화제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해마다 이스라엘에 대한 독일 정부의 입장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었다.
올해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빔 벤더스 감독이 개막식부터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감독 켄 로치와 배우 틸다 스윈턴, 하비에르 바르뎀, 마크 러펄로 등 영화인 100여명은 공개서한에서 "베를린영화제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대량학살,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 범죄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다.
베를린영화제는 칸·베네치아·로테르담 등 유럽 다른 영화제에 비해 영화의 정치·사회적 역할에 무게를 둔다고 평가받는다. 올해도 튀르키예를 배경으로 권력의 폭력성을 직간접 비판한 '옐로 레터스'(Yellow Letters)와 '샐베이션'(Salvation)에 각각 1·2등상에 해당하는 경쟁 부문 황금곰상과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몰아줬다.
그러나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서는 주최 측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과 함께 검열 논란마저 불거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최우방을 자처하는 독일 정부는 그동안 시상식장에서 나온 이스라엘 규탄 발언을 반유대주의로 규정하고 주최 측을 압박해 왔다. 베를린영화제는 예산의 3분의 1가량을 연방정부에서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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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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