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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삼성 3억5000만원 급락…李 다주택자 압박 통했나

중앙일보

2026.02.22 12:00 2026.02.2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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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 59㎡(이하 전용면적)가 지난주 2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인 29억원(지난해 10월 2일)보다 3억5000만원 낮은 가격으로 토지거래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소식이 번지자 다른 59㎡ 매도자들도 가격을 25억5000만원 이하로 고치고 있다. 호가를 최저가 이하로 맞추는 일종의 ‘키 낮추기’ 현상이다.

22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 초급매 등 아파트 매매 물건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같은 면적 물건을 전고점보다 5000만원 낮은 28억5000만원에 내놨던 다른 매도자도 물건이 안 팔리니까 차례로 5000만원, 1억원, 1억5000만원씩 낮춰서 25억5000만원을 맞췄다”며 “진짜로 매도가 급한 사람들이 최근 거래된 최저가를 기준으로 하고 그 아래로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물건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겨냥해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부동산 시장에 약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거래에서도 수억원 낮게 속속 체결되면서 호가까지 끌어내리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부동산 불패 신화를 견인한 강남이 가장 먼저 하락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작년 서울 평균 2배 넘던 강남, 이젠 0.01%로 추락

이전과 확연히 다른 강남 3구의 부동산 시장 흐름은 최근 통계로 드러난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월 셋째 주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전 주 대비 0.01%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1월 셋째 주(0.2%)에 정점을 찍은 후 0.07%(1월 넷째 주)→0.07%(2월 첫째 주)→0.02%(2월 둘째 주)로 오름세가 약해지다 거의 멈춘 수준에 다다랐다.

이는 25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낮은 수치로, 3주째 오름폭이 둔화 중인 서울 평균 상승률(0.15%)에도 훨씬 못 미친다. 서초구(0.05%)와 송파구(0.06%) 역시 25개 자치구 중 하위권이다. 서초·송파구 역시 강남구와 마찬가지로 1월 셋째 주에 각각 0.29%·0.33%로 상승률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오름폭이 줄고 있다.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지난해 집값 급등기이자, 6·27 대책 직전 발표된 6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동향을 보면, 강남구(0.84%)·서초구(0.77%)·송파구(0.88%) 모두 서울 평균 상승률(0.43%)의 2배를 넘었다.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던 강남 3구가 최근 들어선 둔화 최선두에 선 셈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 같은 현상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5월 9일 후)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의 절세용 매물이 강남 3구 등 고가 부동산이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나온 영향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세입자가 있는 경우 실거주 의무를 최대 2년까지 유예하는 후속 보완 조치를 발표한 이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경우도 많이 해소됐다.

실제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처음 공식화한 지난달 23일 강남구 아파트·오피스텔 매물은 7585건이었는데, 이날 9004건으로 1419건(18.7%) 늘었다(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서초구(1486건 증가)·송파구(1452건 증가)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1000건 넘는 매물이 쏟아졌다. 3개 구에서 나온 매물만 4357건으로, 같은 기간 서울 전체에서 나온 매물 1만1507건 중 37.8%(4357건)에 이른다.



강남 3구서 키 낮추기 호가…“강남, 하락장 선봉 될 수도”


매물이 갑자기 늘면서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아이파크 110㎡는 지난달 29일 30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가(지난해 12월 1일 34억원)보다 4억원 떨어졌다. 청담린든그로브 84㎡도 지난달 31일 27억3000만원에 체결, 직전 거래가(지난해 11월 6일 30억3000만원) 대비 3억원 낮게 거래됐다.


호가를 기준으로 보면 내림폭은 더욱 크다.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신현대 183㎡는 최근 호가가 91억9000만원까지 내렸다. 지난해 12월 기록한 최고가 128억원보다 36억1000만원이나 낮다. 압구정현대 6·7차 144㎡도 전고점(지난해 7월 81억원)보다 11억500만원 낮은 69억9500만원 매물이 나와 있다.

직전 실거래가나 전고점이 새로운 기준이 돼 이후의 매물 호가를 끌어내리는 키 낮추기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예컨대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83㎡는 22일 기준 37건 매물이 있는데, 그중 27건이 전고점인 32억원(지난달 23일) 이하로 나와 있다. 최저가는 27억원이고, 32억원을 딱 맞춘 매물도 10건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추세면 1~2주 내에 강남구에서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남구는 지난 한해 단기간 집값이 급등해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보인다”며 “향후 세금 부담 등을 우려하는 고령 1주택자의 매물이 나오면 조만간 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2024년 4월 첫째 주부터 97주 연속 상승 중인 강남 아파트값 상승세가 약 2년 만에 꺾이는 것이다. 아울러 최고 주거 선호지라는 상징성에 균열이 날 경우 서초·송파 등 주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 연구원은 “갈아타기 종착지인 강남구에서 집값이 내려가면 시차를 두고 주변 집값도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이 “세금은 최후의 수단”이라면서도 보유세 개편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논의 등 다주택자는 물론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추가 압박을 시사하는 것도 향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전방위 압박으로 전월세가 부족해질 것이란 야당 지적을 두고 소셜미디어 X에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비호하는 기적의 논리”란 글을 올리며 규제를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의 경우 안 팔면 그만이지만, 세금 문제는 피하기 어렵다”며 “당분간은 정부가 시장을 이기는 모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소득세 중과의 경우, 안 팔면 그만이지만 세금 문제는 피하기 어렵다”며 “당분간은 정부가 시장을 이기는 모습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나오는 매물에 비해 실거래가 활발하진 않은 점에 비춰 조정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5억원 초과(대출 한도 2억원) 아파트는 최소 23억원 현금을 가진 무주택자만 살 수 있는데, 그 정도 조건을 갖춘 수요자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아서다. 일부 매수 희망자들도 가격을 더 낮추길 기다리면서 관망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강남 3구 집값이 내려갔다고 해도, 지난 한 해 오른 가격에 비하면 대부분 매도자는 돈을 크게 벌고 나가는 구조”라며 “아울러 강남 3구 집값을 잡더라도 서울 외곽과 경기도의 전·월세 실종 문제나 계속되는 전국 부동산 양극화 등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주목하다간 대다수 서민 주거 안정을 놓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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