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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된 김값, 1년새 40% 폭등… 바다 아닌 육지서 만든다

중앙일보

2026.02.22 12:00 2026.02.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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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에서 꼬마김밥집을 운영하는 이모(57)씨는 최근 김밥 세트메뉴 가격을 1만5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김밥 단품도 5줄에서 4줄로 줄였다. 이씨는 “마른김 가격이 1년 전보다 40% 넘게 올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에서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68)씨도 기본 반찬으로 내는 김을 줄여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그는 “김이 김치찌개와 잘 어울려 좋아하는 손님이 많은데, 값이 너무 올라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풀무원기술원이 대형 수조 안에서 양식 김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 풀무원
‘국민 반찬’ 김 가격이 치솟으며 ‘김 육상양식’이 차세대 해조류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바다가 아닌 육상 양식장에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연중 김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22일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국내 김 육상양식 기술은 현재 실증단계까지 들어가 2030년쯤 상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최신 집계에서 마른김(중품) 평균 소매가격은 10장당 1403원으로, 한장에 140원이 넘는다. 지난달 하순엔 사상 처음으로 10장당 1500원을 넘어섰다. 2024년 초 장당 100원 수준이던 김값은 2년 만에 40~50% 상승했다. K푸드 대표 수출품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김(물김)은 섭씨 10도 안팎의 낮은 수온에서 잘 자란다. 이 때문에 겨울로 가는 10~11월에 김 종자를 그물에 붙여 바다에 넣고 20일 정도 기른 후 채취하기를 이듬해 5월까지 몇 차례 반복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10~11월에도 수온이 떨어지지 않는 날이 늘면서 김 생산 기간이 줄고, 자연히 김 생산량도 많이 감소했다. 지난해만 해도 10월초 서해와 남해 수온이 25도에 가까웠다. 김장균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는 “양식장 수를 늘리려해도 이미 김 생산에 적합한 연근해 구역에 양식이 많이 이뤄지고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상이 전남 고흥군에 조성한 김 육상양식 시설. 사진 대상
결국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유지를 위해선 새로운 공급 방식을 찾아나서야 할 상황이다. 육상양식 김은 아직 국내외에서 시판되지 않을 정도로 기술이 까다롭지만, 국내에선 풀무원과 대상이 3~5년 전부터 김 육상양식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두 기업은 지난해 정부가 2029년까지 연구개발(R&D)비 350억원을 투입하는 김 육상양식 국책 연구개발 과제 사업자로 선정됐다.

김 육상양식은 육상양식 시설이나 대형 수조에서 바닷물과 비슷한 수온·염분 등의 환경을 조성해 김 종자를 그물에 붙이거나 띄워 키운다.

풀무원과 대상에 따르면 물김을 시판 가능한 크기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현재 품질이 균일한 김을 사시사철 대량생산하기 위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높은 수요에 대응하고 국내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가격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김주원 기자
육상양식 김의 맛은 바다양식으로 얻은 일반 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풀무원 관계자는 “오히려 육상양식은 김 성장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 함량이 높아져 감칠맛이 더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바다양식을 하는 어업인들의 반발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풀무원과 대상은 상생을 목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어업인들에게 보급해 육상양식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김장균 교수는 “육상양식으로 김을 대량생산하게 되면 바다양식과 병행해 수출 등 판로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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