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이문형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신경 적은 간 증상 거의 없어 지방간 있으면 1년에 한 번 검진
간암의 얼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B형 간염이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최근에는 비만·당뇨병·지방간 등 대사질환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간학회가 발표한 ‘NAFLD 팩트시트 2023’에 따르면 국내 대사 이상 지방간 질환 유병률은 30%다.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지방간을 앓고 있는 셈이다.
지방간은 흔한 질환이지만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단순한 지방 축적을 넘어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고, 결국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진료 현장에서도 비만과 당뇨병을 동반한 중·장년층 환자 가운데 지방간이 장기간 방치된 끝에 간암으로 진단되는 사례를 적지 않게 접한다. 활동량 감소, 불규칙한 식습관, 음주 문화가 겹치면서 지방간은 더욱 악화하기 쉽다. 문제는 지방간이 대부분 증상이 없어 본인이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수년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간암이 ‘침묵의 암’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적어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다. 체중 감소, 만성 피로, 복부 불편감, 황달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성 B형·C형 간염 환자는 6개월마다, 지방간이나 과거 간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최소 1년에 한 번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진단 기술의 발전은 간암 조기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를 기본으로 CT와 MRI 같은 정밀 영상 검사를 통해 병변을 확인한다. 최근에는 조영 증강 초음파와 고해상도 MRI가 활용되면서 크기가 작은 초기 간암도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됐다.
간암 치료는 종양의 크기와 개수, 위치뿐 아니라 환자의 간 기능과 전신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수술이 가능하다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며 고주파 열치료, 경동맥 화학색전술, 면역 항암치료 등을 환자 상태에 맞게 병행한다. 하나의 치료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진료과가 협력하는 다학제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 이후에도 재발 여부를 지속해서 관찰하며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간암 예방의 핵심은 생활 습관 개선과 정기 검진이다. 금주, 체중 감량, 혈당 관리, 그리고 혈액검사와 초음파를 통한 정기 검진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간은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기 쉬운 장기다. 초기 지방간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간암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