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인프라 확충, 의대 체질 강화 교육·연구·임상 잇는 인프라 고도화 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시스템 구축 백신 개발·정밀영상 연구 기반 마련
고려대 의과대학이 ‘연구 중심 의과대학’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미래 의학 연구의 전초기지인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연구 인프라를 고도화하면서다. 백신 연구개발 전 주기 플랫폼과 MRI 정밀영상연구센터를 잇달아 구축하며 교육·연구·임상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했다. 물리적 기반과 제도 정비를 통해 의대의 체질을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의사 길러내는 곳 넘어 진일보
고려대 의대는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3개 연구중심병원을 보유한 단일 기관이다. 여기에 교육·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청담 고영캠퍼스와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까지 총 5개 캠퍼스를 갖췄다. 덕분에 교육과 연구, 임상이 분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편성범 고려대 의과대학장은 “2024년 1월 개관한 제1의학관은 강의·실습 환경을 대폭 개선하며 교육의 질을 끌어올렸고, 새롭게 증축한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통해 대규모 융합 연구를 감당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확충했다”고 말했다.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는 고려대 의대의 연구 역량이 집중되는 핵심 거점이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정몽구 미래의학관은 백신 연구개발 전 주기 플랫폼을 완성했다. 후보 물질 탐색, 전임상 연구, 데이터 분석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현재 이곳에선 한탄바이러스 mRNA 백신 등 차세대 백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MRI 정밀영상연구센터가 설립됐다. 이곳은 정밀 의료와 중개 연구를 구체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센터에는 지멘스헬시니어스의 연구용 최고 사양 MRI 기기(MAGNETOM Cima.X 3테슬라 MRI)도 도입됐다. 최대 200mT/m 경사 자장을 구현하는 장비로, 미세한 뇌 구조와 기능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복잡한 촬영도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융합 연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몽구 미래의학관 1층에는 행동실험실, 뇌자극실험실, 영상분석실이 조성됐다. 동물실험실과 임상시료 관리실, 빅데이터·AI 분석실도 함께 운영된다. 세포-동물-인체로 이어지는 통합 중개 연구 체계다. 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영상의학과는 물론 기초의학교실, 뇌공학·인공지능·심리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연구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는 한곳에 모아 관리한다. MRI 영상, 동물실험 자료, 환자 데이터는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된다. 보안과 접근 절차도 표준화해 여러 기관이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IRB 심의, 식약처 인허가, 지식재산권 관리 등 복잡한 행정 절차는 전담 부서가 맡는다. 연구자는 행정 부담 없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
의사과학자 양성 위한 전 주기 체계 갖춰
연구 중심 전략의 또 다른 축은 의사과학자 양성이다. 고려대 의대는 오래전부터 미래 의학을 이끌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데 몰두해 왔다. 2011년부터 운영한 ‘학생연구회’가 대표적이다. 이는 학생들이 학부 단계에서부터 연구 경험을 쌓도록 연구비와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도교수와 학생이 일대일로 매칭돼 1년간 연구를 수행한다. 그동안 이 과정을 통해 100편 이상의 SCI급 국제학술지 논문이 발표됐다. 2018년부터는 세계 각국 의대생이 참여하는 국제 호의학술제를 열어 연구 교류의 폭을 넓혔다.
해외 유수 대학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고려대 의대는 2024년 존스홉킨스대, 예일대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학생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동일 조건의 임상 실습과 박사 진학 트랙을 운영 중이다. 영국 노팅엄대와는 MRI 연구 협력을 강화했고, 국제 공동 포럼도 정례화했다. 편 학장은 “고려대 의대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6년제 통합 교육과정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에는 ‘고려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KU-MSTP)’이 출범했다. 이로써 학부 연구 경험을 박사 과정과 해외 연수로 잇는 전 주기 양성 체계가 갖춰졌다”고 말했다.
━
“의술뿐 아니라 인성 갖춘 의사 키울 것”
의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의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의료 환경이 발전할수록 이 정의는 한계를 드러낸다. 편성범(사진) 고려대 의과대학장은 “이제는 연구를 통해 의학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대학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Q : 연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A : “의·정 사태로 학사 정상화에 집중해야 했던 시기에도 연구와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했다. 기초 연구부터 임상 적용, 기술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결과 위기 속에서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Q : 어떤 인재를 양성하려 하나.
A : “의술과 연구 역량뿐 아니라 인성을 갖춘 의사를 키우는 것이 의과대학의 책무”라며 “연구 인프라를 갖춘 지금부터는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의대가 내세우는 인재상은 분명하다.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갖춘 의사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닌 연구자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글로벌 리더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A : “2028년은 의대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의대 100주년은 종착점이 아닌 전환점으로, 연구를 통해 의학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다. 의과대학의 본질은 교육과 연구에 있다. 연구의 수월성을 높여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의과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