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한나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알츠하이머병, 뇌에 아밀로이드 축적 원인 물질 제거 항체 치료제 나와 18개월 쓰면 질병 약 6개월 지연 효과 뇌 손상 줄이고 환자 독립생활 유지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뇌세포가 점진적으로 소실되면서 ▶기억 상실 ▶판단력 장애 ▶성격 변화 ▶일상생활 수행 능력 저하 등을 동반한다. 그동안 완치 가능한 치료법이 없어 환자·보호자 모두에게 큰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안겼다. 그러나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가 나와 치료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를 만나 알츠하이머병의 최신 치료 전략을 들었다.
Q : 치매는 환자·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
A : “치매 환자는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서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땐 독립생활이 어려워 결국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해진다. 우리나라 정서상 그 역할과 책임이 대부분 가족에게 집중된다. 초기 환자는 자신을 잃어간다는 공포감과 가족이 겪게 될 부양 부담을 걱정하고, 보호자는 심리적인 타격과 함께 경제적인 부담감을 많이 호소한다.”
Q : 그동안 치료가 제한적이었던 이유는 뭔가.
A :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치매 단계에 이르면 이미 뇌 손상이 상당히 진행돼 뚜렷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한 기존의 치료제는 대부분 부족해진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높여주거나 과도하게 흥분된 신경세포를 가라앉히는 원리로 치매 중기·후기 환자에게 쓰였다. 치매의 원인 물질을 타깃으로 하기보다 증상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활용돼 한계가 있었다. 그러면서 부상한 개념이 경도인지장애다.”
Q : 경도인지장애는 어떤 개념인가.
A :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 기능이 저하돼 있으나 일상생활의 독립성은 유지되는 상태를 뜻한다. 연간 치매 전환율이 일반 노인은 1~2%인 반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10~15%로 높다. 요즘 경도인지장애 진단에 알츠하이머병의 주원인인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 단백질의 침착 여부와 밀도를 확인하는 검사인 아밀로이드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가 활발하게 쓰인다. 이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확인된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3년 이내 약 50%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Q : 새로운 치료 전략은 뭔가.
A : “치매는 종류가 다양한데 가장 흔한 건 알츠하이머병이다. 전체 치매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 위험이 커지므로 초고령사회에선 그 비율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의 원인 물질은 크게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Tau) 단백질 두 가지다. 최근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뇌 손상을 지연시키는 질병 수정 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ies·DMT)가 나왔다.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이 대표적이다. 이는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로, 2주 간격으로 정맥에 주사한다. 질병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약이므로 질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이전 치료는 약을 쓰더라도 질환이 악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나 새로운 치료제는 18개월 쓰면 6개월가량 질병 진행이 지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치매 분야에서 이런 치료제의 등장은 처음이라 상당히 고무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Q : 치료 사례가 있을까.
A : “60대 초반 남성 환자가 평소와 달리 기억력이 미세하게 떨어졌다고 느껴 스스로 진료실을 찾아왔다. 검사 결과 극초기 단계의 경도인지장애였다. 기존대로라면 쓸 수 있는 적절한 약이 없어 생활 습관 관리 교육 외엔 별다른 치료를 제공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상태가 악화한 뒤에야 약을 처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환자는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의사를 밝혔고, 아밀로이드 PET 검사가 양성으로 확인되면서 곧바로 레카네맙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받은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증상이 더는 진행하지 않았고 기존의 일과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환자 자신도 이런 치료제가 있어 너무 다행이라며 치료 결과에 만족해한다.”
Q : 진료 현장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나.
A : “경도인지장애 추정 환자군 규모에 비해 실사용 환자 수는 적은 편이다. 비용 부담 같은 현실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조기 치료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항체 치료제에 대한 임상 연구에서 경도인지장애 초기 환자군을 분석했을 때 질병 진행이 약 27% 지연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극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한 환자만 따로 분석한 연구의 경우 약 18개월 동안 인지 기능이 대부분 유지되는 결과가 보고됐다.”
Q : 치료 환경이 변하면서 목표도 달라졌나.
A :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됐다. 특히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해 질병 진행을 약 6개월에서 1년 이상 지연시킨다는 것은 환자가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연장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지원하는 데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이 큰 만큼 독립생활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Q : 환자·보호자에게 해 줄 조언은.
A : “조기에 검사를 받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초기 단계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동일한 치료를 해도 이른 시점에 의료적 개입을 하면 인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