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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문 닫은 학교·공장, '업사이클링' 해볼까요

중앙일보

2026.02.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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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전시실, 하수처리장은 정원
버려진 빈 건물이 지역 명소로

폐기될 자원을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업사이클링(upcycling)이라 하죠. 사람이 살거나 물건을 넣어 두기 위해 지은 건물도 업사이클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복합전시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폐교를 찾아 건물 업사이클링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한호(경기도 홈스쿨링 5)·박건우(경기도 판교초 5)·변우빈(경기도 화남초 6·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폐교를 리모델링한 경기도 평택시 웃다리문화촌을 찾아 건물 업사이클링에 대해 알아봤다.
경기도 평택시 서탄면에는 초등학교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습니다. 그런데 운동장에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황소 조형물이 있고, 옥상에는 줄을 잡아당기는 사람의 형상을 한 철판 소재 조형물이 있어 이곳에 들어선 이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데요. 건물 안팎을 살펴보니 틀림없는 초등학교인 이곳의 정체는 평택문화원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웃다리문화촌입니다. 초등학교가 어째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한 걸까요. 박건우·변우빈·이한호 학생기자가 웃다리문화촌을 찾아 살펴보기로 했어요. 강수진 평택문화원 웃다리문화촌 팀장이 건물 입구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우빈 학생기자가 "어떻게 초등학교가 복합문화공간이 됐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웃다리문화촌은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 즉 금각초등학교(1945년 10월 1일~2000년 8월 31일)를 평택문화원이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자연생태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어요. 그래서 교실 하나하나가 전시실 역할을 하죠."
웃다리문화촌 상설전 '우달희의 평택 옛 사진 여행'에서는 금각초 시절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한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폐교 금각초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상설전 '우달희의 평택 옛 사진 여행'으로 향하는 문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교실이었던 공간을 금각초등학교가 있던 금각마을과 평택의 옛 시절을 사진으로 소개하는 전시실로 꾸민 건데요. 1996년 이전에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불렀어요. 전시실 벽면에는 금각국민학교 시절 졸업사진, 뒷산 소풍, 체육대회 등을 기록한 여러 장의 사진이 붙어있었죠. 학교 근처 논의 벼 수확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동네 어르신을 위한 경로잔치 등도 학교에서 열렸는데요. 당시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이었어요. 금각초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2000년 폐교되자 안타까운 마음을 모아 평택시와 평택문화원이 학교 건물을 2006년 웃다리문화촌으로 개관한 이유죠.

그전까지 금각초등학교 건물은 6년 정도 텅 비었는데요. 방치된 건물은 치안의 공백과 주변의 슬럼화로 이어지죠. 특히 학교처럼 규모가 큰 건물이 방치되면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건우 학생기자가 "왜 건물을 새로 짓지 않고 폐교 그대로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과정에서 폐기물·쓰레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애초에 새로 짓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평택은 서울에 비해 문화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민들이 공연·전시를 보려면 먼 곳으로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평택문화원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체험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고, 그게 웃다리문화촌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개관 초기에는 문화센터처럼 미술·공예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했어요. 또 여러 예술 분야 작가들이 레지던시처럼 입주해서 작업하기도 했죠."
60~80년대 교실을 모습을 재현한 상설전 '웃다리문화촌 옛교실'에서는 금각국민학교 시절을 엿볼 수 있다.

체험학습장처럼 운영되던 웃다리문화촌은 단체 활동이 금기시되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환점을 맞이해요. 시민을 위한 다른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고민 끝에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감상하는 것은 물론 운동장에서 뛰어놀거나, 정원을 거닐거나, 휴식 공간에서 담소도 나눌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된 겁니다.

웃다리문화촌에서는 어떤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2026년 2월 기준 웃다리문화촌에서는 앞서 살펴본 상설전 '우달희의 평택 옛 사진 여행' 외에 나비의 생애를 보여주는 상설전 '꼬물꼬물 팔랑팔랑: 아주 특별한 변신 여행', 1960~1980년대 옛 교실을 재현한 상설전 '웃다리문화촌 옛교실'이 운영 중이에요. 또 특별기획전으로 곤충을 통해 생태계의 공생과 순환을 보여주는 '2026 생태야 놀자'가 8월 23일(일)까지 열립니다.

자연 생태계의 공생과 순환이 주제인 웃다리문화촌 특별전 '2026 생태야 놀자' 전시장 전경.
강 팀장이 "웃다리문화촌에서는 2022년부터 생태·환경 관련 전시를 개최했는데요. 앞서 본 '우달희의 평택 옛 사진 여행'과 함께 학교 본관 건물에서 열리는 '2026 생태야 놀자'는 자연 속에서 서로 공존하는 생명들에 관한 이야기예요"라며 소중 학생기자단을 탁자 위에 놓인 나무조각 더미 앞으로 데려갔어요. 나무조각 더미 옆에는 버섯이 자라고 있었죠. 이 전시물은 자연 속에서는 하나의 생명이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관람객에게 자연의 공생과 순환을 실제로 보여주고자 조성한 전시물이에요. 생물이 죽으면 버섯·곰팡이·세균 같은 분해자 생물이 이를 분해해서 영양분이 풍부한 흙으로 만들죠. 식물은 이 흙에서 영양분을 흡수해서 쑥쑥 자랍니다. 나무의 표면을 한 번 만져보세요. 딱딱할 것 같지만, 이미 분해자 생물에 의해 상당히 분해가 된 상태라 버석버석한 느낌이 들 거예요."
개미의 시선으로 꽃·나무·곤충이 사는 자연을 보는 몰입형 가상 체험에 참여한 변우빈 학생기자.

생물 간의 공생과 순환을 보여주는 전시를 통과하면 몰입형 가상 체험(VR)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체험인 구보름 작가의 '가상 자기(virtual self): Ⅳ 일체감'이 나옵니다. 고글처럼 생긴 VR 안경을 착용하면 개미의 시선으로 본 자연의 세계가 펼쳐지죠. 개미처럼 나뭇잎·꽃 사이를 걸으면서 자연이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간접 체험하는 겁니다. 다음 전시실로 들어서자 살아있는 귀뚜라미들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겼어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자연 속으로 들어가자'는 콘셉트로 꾸며 곤충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죠.

이외에 생태계 생물들의 먹고 먹히는 관계인 먹이사슬의 개념, 나비·반딧불이·꿀벌·말벌·딱정벌레 등 각종 곤충과 관련된 상식을 전시에서 배울 수 있어요. 또 꿀벌 모양 팔찌 만들기, 곤충 도안 데칼코마니, 식용 곤충 시식, 곤충 연구원 되어보기 등 전시와 연계된 여러 체험도 할 수 있죠.

60~80년대 교실을 모습을 재현한 상설전 '웃다리문화촌 옛교실'에서는 금각국민학교 시절을 엿볼 수 있다.
학교 시절 모습도 상설 전시로 구현했습니다. 1960~1980년대 국민학교 교실로 꾸민 '웃다리문화촌 옛교실'이죠. 과거 계산기를 대신했던 주판, 히터가 없던 시절 교실 중앙에 있던 난로, 그 난로 위에 얹어서 뜨끈하게 데워 먹었던 양철 도시락 등 현재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 사이의 연령대인 소중 학생기자단에게는 낯선 풍경이 가득했죠. "연평균 2~3만 명의 관람객이 웃다리문화촌을 방문하는데, 자녀·어머니·할머니 등 가족 단위로 많이 찾아오세요. 그분들이 옛 교실로 꾸민 전시실의 문을 열면 탄성을 지르시곤 하죠. 예전 기억을 후대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공간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교실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콘텐트가 펼쳐진다니. 학교가 이렇게 재미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줄은 몰랐네요. 복도를 걷던 한호 학생기자가 "초등학교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면서 가장 달라진 공간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어요.

과거 아이들이 뛰어놀던 학교 복도는 여러 전시장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전시 콘텐트의 일부로 재탄생했다.
강 팀장이 "학교 건물은 여전히 교육청 소유이기 때문에, 건물을 훼손하지 않고 원형을 보존하면서 웃다리문화촌만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했어요. 그래서 조금씩 변화를 줬죠"라며 "이 구조물은 원래 어떤 용도였을까요"라고 본관 건물 옆 거대한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형태의 조형물을 가리켰어요. 신예진 작가의 '숲을 향하여'라는 작품인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서 "식수대?"라는 답이 나오자 "대부분 식수대였을 것이라고 추측하시지만, 사실은 노후화된 화장실이었죠"라며 웃었습니다.

이렇게 기존에 있던 건물·시설의 기본적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해당 공간의 성격 자체를 복합문화시설에 맞게 조성한 사례는 또 있어요. 학교 본관에서 몇 걸음 떨어진 나비관에는 나비의 생애를 보여주는 상설전 '꼬물꼬물 팔랑팔랑: 아주 특별한 변신 여행'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학교 관사였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나비관 안에 들어가자 바닥에 '꼬물꼬물 팔랑팔랑'이라는 글자가 타일로 장식돼 있었죠. 옛 부엌 바닥에 있던 타일을 그대로 활용한 겁니다. 또 학교 본관 뒤편과 운동장 곳곳에서는 나비·황소·판다 등 각종 조형예술품도 감상할 수 있죠.
5개의 석유 저장 탱크가 있었던 서울 마포구 석유비축기지(위사진)는 전시·공연·축제 등 여러 문화 예술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공공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문화비축기지

전국 곳곳 빈 건물들의 다양한 변신
웃다리문화촌처럼 폐교를 활용한 사례 외에도, 다양한 용도의 빈 건물이 전국 곳곳에서 문화공간을 비롯한 지역의 명소로 다시 태어났어요. 서울부터 제주까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서울 마포구에는 산업유산을 보존하고 문화시설로 재해석한 '서울문화비축기지'(증산로 87)가 있습니다. 이곳은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에너지 비축의 필요성에 따라 1976~1978년 5개의 저장 탱크를 건설해 당시 서울시민이 약 한 달간 소비할 수 있는 6907만 리터의 석유를 저장하던 석유비축기지였어요.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가 결정됨에 따라 서울월드컵경기장 부근에 있던 석유비축기지는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됐고, 축구장 약 22개 규모에 달하는 부지가 10년 넘게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됐죠. 그러다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계기로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간직한 공공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그 출발점은 낡고 녹슨 채 버려진 기름 탱크를 땅속에서 하나씩 발굴하는 작업이었죠. 또한 장기간 폐쇄된 산업시설이라는 특성상 유류 잔존물 제거, 구조 안정성 확보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가 중요 시설로 분류돼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됐던 석유비축기지는 문화비축기지가 되어 2017년 9월 1일 시민에게 개방됐어요. 기존의 석유 저장 탱크는 전시·공연·축제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공공문화공간으로, 야외 광장과 정원 등은 시민을 위한 휴게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죠.
30년 가까이 방치된 하수처리장(위 사진)은 리모델링을 거쳐 뮤직홀·카페·휴게 공간이 마련된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성남물빛정원

경기도 성남시에는 탄천과 동막천이 만나는 물길의 합류점에 있던 하수처리장을 지역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바꾼 '성남물빛정원'(분당구 탄천상로 102)이 있어요. 본래 1997년 건립된 하수처리장이었으나, 시험 가동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과 인근 주민의 반발 및 민원으로 단 한 번도 정상 가동되지 못했죠. 여기에 부지를 두고 성남시·용인시·한국토지공사 간의 소유권 다툼이 길게 이어지면서 30년 가까이 방치됐어요.

2006년 성남시가 해당 부지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녹지를 조성한 뒤, 2025년 9월 하수처리장의 펌프장을 리모델링한 150석 규모의 뮤직홀과 카페, 휴게 공간이 마련됐어요. 뮤직홀 1층에는 다목적홀·악기보관실·음향조정실·수유실, 지하에는 4개의 연습실과 사무공간·기계실이 있죠. 또 야외에는 잔디마당과 산책길, 옥상에는 하늘마당이 조성됐어요.

과거의 폐쇄적인 시설이 낮에는 휴식과 산책을, 밤에는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된 겁니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덧입히는 재생의 의미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건물 업사이클링의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옛 한국은행 부산 본부 건물(위 사진)을 리모델링해 문화시설로 재탄생한 부산근현대역사관 기획전시실 전경. ⓒ부산근현대역사관
부산시 중구 대청로 112번지 부산근현대역사관은 한국은행 전신인 조선은행이 있던 자리에 1963년 건립된 옛 한국은행 부산 본부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입니다. 은행의 지하 금고는 미술관으로 바꾸면서 박물관과 미술관이 함께 운영되고 있죠. 개항기 이후 부산의 근현대사 관련 유물과 자료를 수집·보존 및 연구하고, 부산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인 이천승이 설계한 옛 한국은행 부산 본부 건물은 우리나라 초기 금융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줍니다. 이를 인정받아 2013년 부산시 문화재 자료 70호로 등록돼 건물 그 자체로 부산의 근현대사를 말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래서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2013년 7월 부산국제금융센터 신청사로 이전한 뒤, 부산시가 사들여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만든 거예요.

그 자체가 문화유산이다 보니 형태를 최대한 보존하는 선에서 전시 시설을 조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했으나, 건물의 역사적 가치가 역사관이라는 공간의 성격과 잘 어우러지며 긍정적 효과를 낳았어요. 은행과 금고라는 차갑고 제한적인 공간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박물관·미술관으로 바뀌었고, 관람객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문화유산 건물에서 지역의 역사를 전시로 관람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한때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담배공장이었으나 폐건물로 방치됐던 청주연초제조창(위 사진)의 모습과 리모델링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과 문화제조창으로 변모한 현재 모습. ⓒ청주시활성화재단
충북 청주에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담배공장 단지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 사례가 있어요. 1946년 경성전매국청주연초공장으로 시작한 청주연초제조창이 문화제조창(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으로 변모한 거죠. 이곳은 한때 3000여 명이 근무하고, 담배를 연간 100억 개비 이상 생산하는 공장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월급날인 매월 25일만 되면 주변에 월장이 열릴 정도로 인근 지역 경제 활성화의 구심점이기도 했죠.

하지만 담배 산업의 쇠퇴와 자동화 도입으로 2004년 공장 단지는 문을 닫았어요. 당시 청주연초제조창의 위치는 인근에 학교가 많은 도심 한복판이었기에, 담배라는 품목을 제조하는 대규모 공장 시설이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죠.

텅 빈 거대한 공장과 그 부지는 2011년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며 예술의 무대로 재인식됐고, 2019년 리모델링을 통해 한쪽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다른 한쪽은 전시·공연·행사는 물론 쇼핑·식사 등 상업시설까지 갖춘 문화제조창 본관이 됐죠. 담뱃잎을 보관하던 창고는 여러 체험·교육 프로그램과 문화예술 활동이 이뤄지는 동부창고로 재탄생했어요. 국제행사인 청주공예비엔날레도 문화제조창에서 2년에 한 번씩 개최됩니다.
철거를 앞두고 있던 양양군농업기술센터 내 유휴시설(위 사진)을 리모델링해 새롭게 태어난 Study, 쉼. ⓒ양양군

강원도 양양군에서는 철거 예정이었던 농업기술센터 내 노후 시설이 지역 주민을 위한 교육·회의·휴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2025년 8월 준공한 'Study, 쉼'(양양군 손양면 동해대로 2558)인데요. 교육과 휴식(쉼)을 동시에 하는 공간이란 의미죠.

이곳은 본래 양양군 소유 시설인 농업기술센터 내 유용미생물배양센터로, 노후화로 철거가 예정돼 있었어요. 하지만 식물원·스마트팜·농산물종합가공센터 등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체험·연구 시설과 인접한 위치였기에, 철거 대신 귀농·귀촌인 및 농업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회의·휴식 공간으로 다시 조성됐죠.

시청각 교육과 회의가 가능한 다목적강의실과 휴게 공간을 갖춘 이곳은 귀농·귀촌인 및 농업인 대상 각종 교육·체험·회의라는 목적에만 부합한다면 양양군민 누구나 사용 가능해요. 2025년 9월 9일 이래 공식적으로 각종 교육·회의가 12회 개최됐으며, 약 360명의 주민이 사용했죠. 철거 예정 시설을 재활용해 철거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유휴시설 활용이라는 친환경적 성과도 달성한 겁니다.
옛 국가 통신시설(위 사진)의 빛과 소음이 차단된 구조를 살려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이 된 빛의 벙커 외부. ⓒ빛의 벙커

제주도에는 국가 통신시설이 미디어아트 전시공간으로 재탄생한 사례가 있죠. 2018년 11월 개관한 '빛의 벙커'(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1168번길 89-17)인데요. 빛과 음악, 영상 기술을 결합해 세계적 미술 작품을 대형 미디어아트 영상으로 구현하는 곳이죠.

빛의 벙커 건물은 원래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해저 광케이블 통신망을 운영하기 위해 설치된 국가 통신시설이었어요. 약 900평 규모의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흙과 나무로 덮여 외부에서는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공간이었죠.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당 건물은 약 10여 년간 사용되지 않았으나, 외부의 빛과 소음이 차단된 구조와 높은 천장, 깊이감 있는 내부 공간이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에 적합해 전시관으로 재탄생했어요. 기존 벙커의 구조를 최대한 살리면서 첨단 프로젝터와 음향·조명 기술을 도입한 겁니다. 본래 군사·통신시설이었기 때문에 일반 관람객이 이용하는 문화시설로 바꾸는 과정에서 관람 동선 설계, 난방·환기 시스템 구축, 안전 기준 충족 등 여러 기술적·법적 검토가 필요했어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관한 빛의 벙커는 샤갈·세잔·모네·반고흐·클림트 등 불멸의 명화를 남긴 화가들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어요. 또 사용이 중단된 시설을 문화 공간으로 전환한 사례로서, 건물 업사이클링의 의미 있는 모델로 평가받죠.
방치된 폐교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웃다리문화촌 곳곳을 누빈 박건우·변우빈·이한호(왼쪽부터) 학생기자.

폐교부터 담배공장·석유비축기지·통신시설·하수처리장·유용미생물배양센터까지. 쓸모를 다해 지역의 흉물로 남을 뻔했던 건물들이 지역 주민의 휴식과 힐링을 책임지고 문화·예술·교육 향유 권리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이러한 건물 업사이클링은 철거 비용 절감,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해당 건물 부근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의 슬럼화를 막는 효과도 있죠. 인구 절벽으로 빈 건물이 늘어가는 요즘. 내가 사는 동네에는 어떤 빈 건물이 있으며, 어떻게 재활용하면 좋을지 생각해 봅시다.

동행취재= 박건우(경기도 판교초 5)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6)· 이한호(경기도 홈스쿨링 5) 학생기자
재활용 되는 건설 폐기물
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건물뿐만 아니라 건설폐기물도 재활용할 수 있어요. 건설 산업은 건물 건설 및 철거 과정에서 많은 양의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또한 건설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자갈·모래 등의 골재는 바다·강·산 등에서 채취하기 때문에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어요. 한 번 지은 건물은 최대한 잘 보존해서 오래 사용해야 하는 이유죠.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건물을 짓거나 없앨 경우 각종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건설 폐기물을 적극 재활용 중입니다. 건설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5톤 이상의 폐기물을 건설폐기물이라 하는데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일일 건설 폐기물 발생량은 일평균 17만~23만 톤 정도이지만, 2022년도 기준 재활용률이 99.7%에 이를 만큼 재활용률이 높습니다. 해체된 건축물로부터 나온 골재들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가공해서 쓰기 때문이죠. 이렇게 건설폐기물을 물리적·화학적 처리 과정을 거쳐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든 골재를 순환골재라 해요. 순환골재는 천연골재와 혼합해 건물·도로·보도블록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해요. 또 폐목재 등은 공정을 거쳐 조경용·퇴비용 및 고형 연료로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생태계의 공생과 순환을 보여주는 웃다리문화촌 전시 '2026 생태야 놀자'에서 장수풍뎅이를 살펴본 박건우 학생기자.
자연과 예술, 문화가 공존하는 평택 웃다리문화촌으로 취재를 다녀왔어요. 건물 업사이클링, 즉 건물도 재활용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죠. 2000년에 금각초등학교가 폐교된 후, 2006년부터 웃다리문화촌으로 업사이클링해서 지금까지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전시, 조형예술 연구 작품, 자연친화적인 체험 프로그램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특히 곤충의 생태를 주제로 한 전시와 체험이 인상 깊었습니다. 건물의 복도와 전시실 등이 금각초등학교 시절의 모습 그대로라 더욱 흥미롭고 새로웠죠. 옛 교실의 전경이 가족 관람객들에게는 많은 추억을 되살려 준다고 해요. 이렇듯 자연친화적으로 공존하며 모두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웃다리문화촌처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업사이클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모두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박건우(경기도 판교초 5) 학생기자
상설전 '웃다리문화촌 옛교실'에서 1960~1980년대 옛 교실의 정취를 살펴본 변우빈 학생기자.

웃다리문화촌을 취재하면서 이렇게 오래된 건물이 새롭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어요. 1945년부터 2000년까지 학교였던 곳이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상설전과 생태 관련 전시를 즐기는 것은 물론, 건물 주변에 나무와 풀, 새들이 많아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도 있었죠. 버려질 뻔한 학교 건물을 다시 사용해 자연과 문화가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환경을 아끼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고요.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과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입니다.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6) 학생기자

웃다리문화촌 건물 야외에 마련된 전통놀이 중 팽이치기를 즐긴 이한호 학생기자.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건물을 재활용한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으로 웃다리문화촌에 갔어요. 웃다리문화촌은 폐교를 재활용해서 만든 복합문화공간이에요. 도착해서 보니 한눈에 학교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교실이 모두 전시실로 바뀌어 있었죠. 지금은 여러 상설전과 함께 생태를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요. 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성충과 애벌레, 사슴벌레 등 다양한 곤충을 만날 수 있었어요. 또 VR 체험, 밀웜 먹기, 곤충 박사 되어보기 등 다양한 체험도 재미있었죠. 제가 취재하는 동안 어머니와 동생은 모형 꿀벌 만들기, 나비 데칼코마니 만들기 등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폐교되어 사라질 뻔한 건물이 멋지게 활용되니 지구 환경에도 아주 좋을 것 같아요.

이한호(경기도 홈스쿨링 5) 학생기자





성선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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