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오랫동안 배웠는데 특별한 상황이 오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운 말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법으로 말을 배우고, 글로만 말을 배워서는 상황에 맞는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말은 표현이기도 하면서 행위입니다. 그래서 말로 하는 행위를 화행(speech act)이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는 언어 행위라고도 합니다. 화행(話行)은 문법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교재를 만들 때,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가 있습니다. 한동안 문법이 중요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예전 교재를 보면 교육용 문법의 순서에 맞추어 교육의 내용이 정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교재가 문법의 교육 순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문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무엇을 우선순위, 즉 중심에 두고 교재를 만들어야 할까가 중요합니다. 교재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주제 중심, 어휘 중심, 상황 중심 등에 따라 교재의 구성이 달라집니다. 교재를 만들 때, 고를 때는 목표가 중요합니다.
화행을 중심으로 교재를 만든다면 학습자들이 말하는 상황에 대한 인식, 말의 행위가 불러올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여기에서 상황은 말의 행위가 일을 하는 상황입니다. 화행은 근본적으로 한국인의 인식, 문화의 이해가 기본적인 접근입니다. 따라서 화행 한국어 교재는 한국 문화 이해를 위한 한국어 화행 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한국어로 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행을 알아야 합니다. 말의 힘을 기억해야 합니다.
화행에는 자기소개 화행과 인사 화행, 칭찬 화행을 비롯하여, 감사와 사과, 요청과 거절 등의 화행이 있습니다. 말이 일을 한다는 것은 이런 행위들을 의미합니다. 나를 표현하고, 남을 칭찬합니다.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 때가 있고, 사과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감사 표현과 사과표현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맞습니다. 한국어는 감사와 사과 표현이 적은 언어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말보다 감정이 중요한 언어여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과 한국어식으로 이야기하면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끼리 말할 때는 화행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서로 마음을 이해하고, 말의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 사용자일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영어 화행을 알아야 영어를 상황에 맞게 할 수 있습니다. 일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사의 표현, 사과의 표현이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지나쳐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간단해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틀리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한국어 화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화행을 알아야 할까요? 한국어는 존댓말과 반말의 사용의 문제도 화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무례와 존중의 표현, 대답과 맞장구도 이해하여야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말과 글의 중간인 SNS 글쓰기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화행을 중심으로 교재를 만든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화행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여야 하므로 우선 각 화행의 주제에 대해 설명과 학습자 간의 토론이 있어야 합니다. 화행 문화를 느낌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직접 화행을 실습해 보고, 자신의 경험을 쓰고 연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화행을 모국어 화자라고 해서 더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운 사람이 더 적절한 화행을 합니다. 한국인이 오히려 무례하게 말하고, 기분 나쁘게 사과하기도 합니다. 화행은 우리도 배워야 합니다. 화행이 의사통을 풍부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