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잇달아 고개를 숙였다. '노메달'이라는 아쉬운 결과에도 중국 팬들은 그를 향해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넷이즈'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린샤오쥔, 금메달 0개로 밀라노의 눈물...그는 3차례나 사과했다"라며 "밀라노의 밤은 차가웠다. 눈물이 얼어붙을 만큼 차가웠지만, 아쉬움까지 얼려버리지는 못했다"라고 보도했다.
린샤오쥔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메달 없이 마무리했다. 태극마크를 떼고 중국을 대표해 나선 첫 올림픽이었지만, 기대하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악물고 8년을 버텼다"며 출사표를 던졌으나 비장한 각오가 메달 수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총 5개 종목에 출전했으나 시상대와는 연이 없었다. 린샤오쥔은 남자 1000m와 1500m, 500m에서 모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혼성 계주와 남자 계주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면서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다. 만약 혼성 2000m 계주에서라도 동료들이 메달을 획득했다면 규정에 따라 린샤오쥔도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지만, 레이스 막판 쑨룽이 삐끗하면서 무산됐다.
[사진]OSEN DB.
린샤오쥔은 마지막 경기인 남자 5000m 계주를 마친 뒤 사과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이즈는 "마지막 바퀴를 도는 순간, 린샤오쥔은 알았다. 8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가 이렇게 끝났다는 것을. 메달도, 환호도 없었다. 믹스트존에서 반복된 말은 '죄송합니다' 단 하나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린샤오쥔은 공영방송 'CCTV'와 인터뷰에서 카메라를 향해 또 한 번, 그리고 세 번째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라며 "평창에서 금메달을 땄던 린샤오쥔이었지만, 이번에는 메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한국에서 귀화한 특별한 이력, 그만큼 기대도 컸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린샤오쥔뿐만 아니라 중국 쇼트트랙은 이탈리아 땅에서 고개를 떨궜다. 금메달은 하나도 없었고, 쑨룽이 남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게 유일한 수확이었다.
넷이즈는 "중국 쇼트트랙은 밀라노에서 사실상 '참패'를 겪었다. 9개 종목에서 은메달 1개에 그치며, 팀 역사상 최악의 성적과 타이를 이뤘다. 또한 6회 연속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기록도 막을 내렸다"라며 "이 결과에 대해 중국 팬들도, 지도부도, 그리고 선수들 자신도 모두 만족하지 못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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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린샤오쥔은 "운동선수로서 압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이번 대회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 응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코치진께도 죄송하다. 동료 선수들에게는 고생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사과했다.
수술 여파라는 변명도 거부했다. 린샤오쥔은 수술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회복도 순조로웠다. 다만 쇼트트랙은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종목"이라고 솔직히 답햇다.
또한 린샤오쥔은 힘들 때마다 '한 번만 더 버텨보자'라고 되뇌였다며 올림픽 무대에도 다시 도전할 거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다음 올림픽까지 꼭 도전하고 싶다"라며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온 그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어머니의 말을 인용했다.
중국 팬들도 린샤오쥔의 도전을 계속 응원하고 있다. 넷이즈는 "흥미롭게도 여론은 오히려 따뜻했다. 예전 같으면 금메달을 못 딴 팀을 향해 비판이 쏟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팬들은 '당신은 사과할 필요 없다', '실수한 사람은 따로 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라며 "린샤오쥔,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 무대에서 다시 보자. 설령 그때 더 이상 빠르게 달리지 못하더라도, 빙판 위에 서 있는 한 박수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사진]OSEN DB.
린샤오쥔은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쇼트트랙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임효준으로 불리던 시절 2018 평창 올림픽에서 남자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따내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2020년 6월 중국으로 귀화를 결정했다. 이유는 바로 2019년 훈련 도중 후배 선수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
당시 린샤오쥔은 후배 황대헌의 바지를 잡아당기는 장난을 치다가 신체 일부를 노출시키면서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당했고,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그는 2021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오명을 벗었다. 그러나 이미 선수 생활이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으로 국적을 바꾼 뒤였기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순 없었다.
다만 린샤오쥔은 오성홍기를 달고도 곧바로 올림픽 무대를 누빌 순 없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상 국적을 바꿨을 땐 이전 국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마지막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야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 결국 그는 베이징 대회를 빙판 밖에서 지켜만 봤고, 이번 대회에서 남다른 각오를 다졌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한국 쇼트트랙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총 7개의 메달을 따내며 '효자 종목'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대회 막판 좋은 성적을 거두며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여자 계주에서 금메달, 남자 계주에서 은메달을 합착했으며 김길리가 여자 1500m 우승, 여자 1000m 3위로 혼자 3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