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에 건조주의보와 강풍경보가 내려진 지난 22일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해 한때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주민들이 다시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강원도 산림·소방 당국에 따르면 고성 산불은 지난 22일 오후 7시22분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뽕나무밭에서 발생했다. 산불이 초속 5.3m의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자 산림 당국은 곧장 진화차와 진화대원 등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7시34분 담당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내린 데 이어 오후 8시32분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여기에 공무원까지 더해 277명과 장비 70대가 투입되면서 이날 오후 9시15분 큰 불길을 잡았다.
당시 산불이 확산하자 고성군은 인흥리 1∼3리 주민들에게 토성면 행정복지센터로 대피하라고 재난 문자를 보낸 데 이어 신평리·원암리 주민들에게도 대피령을 내렸다.
강원도와 산림·소방당국이 이처럼 빠르게 산불에 대응한 건 선거 있는 짝수 해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징크스 때문이다. 산불 징크스는 15대 총선이 있었던 1996년 4월 시작됐다. 당시 고성군 죽왕리 산불로 3762㏊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16대 총선이 있었던 2000년 4월에도 산불이 발생해 동해안 2만3794㏊가 불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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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산불조심기간 12일 앞당겨
17대 총선이 있었던 2004년에는 속초 청대산과 강릉시 옥계면에서 산불이 났다. 2006년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포도립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강릉 죽헌·난곡·유천동에서 산불이 속출했다. 2018년 2월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삼척시 노곡면과 도계읍에서 산림 117㏊가 잿더미로 변했다.
동해안 산불이 대형화된 건 봄철마다 부는 강풍의 영향이 크다. 강원 동해안에선 봄만되면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 불리는 강풍이 분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말한다. 고온 건조한 데다 소형 태풍에 버금갈 정도로 풍속도 빠르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일선 시·군은 예년보다 12일 빠른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를 ‘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지정하고 산불취약지역 집중순찰, 무인감시장비 및 폐쇄회로TV(CCTV) 활용 상시감시, 관계기관과의 대응체계 강화 등에 나섰다.
이어 임차 헬기 8대를 조기 배치해 총 27대 헬기를 운용 중이다. 또 영동권 기상 여건에 따라 영서권 헬기를 영동권에 전진 배치했다.
산림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18개 시·군 산불감시원과 이·통장 등 3243명이 화목보일러(3654개) 지역 담당 순찰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산불 감시인력 1만5000명이 산불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산불 진화 골든타임을 기존 50분 이내에서 30분 이내로 단축하고, 대응 단계를 1단계 줄여 초기·확산 2단계로 단순화해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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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 강한 숲 조성이 핵심
지자체들도 산불 예방과 초동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릉시는 봄철 산불방지 특별대책을 가동해 본청 직원 책임 담당 근무 체계를 운영하며 읍면동 현장을 중심으로 감시·순찰과 불법 소각 단속을 강화했다. 동해시는 열화상 드론을 활용한 산림드론감시단을 운영해 불법 소각과 무단 입산자 단속, 산불 예방 안내 방송을 병행하고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소방헬기 3대 만으로는 자체 대응에 한계가 있어 80억원을 투입해 임차 헬기 8대를 확보했다”며 “올해 선거가 있는 짝수 해로 산불 징크스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2년 전에도 같은 상황에서 철저한 대응으로 큰 산불 없이 넘어간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 함양군 야산에서 난 산불이 꺼지지 않고 사흘째 확산하고 있다. 올해 첫 대형 산불에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진 가운데 헬기 50여대가 투입돼 주불 진화에 힘쓰고 있다. 현재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산불영향구역은 226㏊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경북 일대를 덮친 '괴물 산불'과 같은 대형화를 막기 위해선 산불에 강한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원석 목포대 원예산림학부 교수는 “최근 산불은 대형화되고 쉬는 타임 없이 연중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산불에 강한 수종을 잘 배치해 심어야 한다. 국내 산림의 60% 이상이 사유림인 만큼 산불에 강하면서도 소득이 발생하는 나무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