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대학생이 인공지능(AI) 기본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기 위해 20개 대학에 총 60억 원을 투입한다. 전공 여부와 관련 없이 전체 대학생에 AI 필수교육 체계를 도입하려는 첫 시도로, 선정 대학은 AI 기초 교양을 신입생 필수 과목으로 운영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교원과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형식적인 운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6년 대학 AI 기본교육과정 개발 지원사업’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새로 도입된 이 사업은 희망 대학 20곳을 선정해 학교당 3억 원씩 총 60억 원을 지원한다. AI가 일상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은 만큼, 비전공 학생도 자신의 전공에 AI를 접목할 수 있도록 기본 역량을 갖추게 하겠다는 취지다.
선정 대학은 AI 기초 교양 교과를 개발해 신입생 필수 이수 과목으로 운영한다. 비공학 계열 가운데 특화 학문 분야를 지정해 소단위 전공 과정도 개설한다. 예를 들어 법학이나 경영학 전공 학생도 AI 활용 역량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업 방식도 개선한다. 대학 내 교수학습개발센터(CTL)나 교육혁신원 등 전담 기구를 통해 AI 교육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전공 교수와 비전공 교수를 짝지어(페어링) 공동 연수와 학습 공동체를 운영한다. AI 교육을 컴퓨터공학 등 일부 학과만의 과제가 아니라 대학 전체의 과제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20개 대학에서 개발한 교육과정은 다른 대학과 공유한다. 대학 간 모듈형 교육과정 공유, 학점 교류,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탑재 등을 추진하고, 참여 대학 간 협의체를 구성해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선정 평가는 대학 비전, 사업 추진 내용, 예산 계획, 성과 관리 등 네 영역을 기준으로 서면·대면 평가를 거쳐 4월 중 최종 선정한다.
이번 사업은 교육부의 AI 인재 양성 정책이 초·중등에서 고등교육으로 본격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추진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AI 인재양성 방안’에서 대학 AI 기본교육 확대 방향을 제시하고 관련 예산을 반영했다. 이와 별도로 거점국립대를 지역 AI 거점대학으로 육성하는 데 300억 원, AI+X 융합 부트캠프에 50억 원을 투입하는 등 AI 관련 고등교육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투자가 실제 AI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AI 교육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교원 문제가 꼽힌다.
대학알리미에 다르면 전국 대학의 AI 관련 전임교원은 249명(2025년)에 불과하다. 2023년(128명)에 비해 두 배가량 늘었으나, 전국적인 AI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주요 대학의 AI 학과가 컴퓨터공학이나 사이버보안 전공 교수를 겸임 형태로 채용하고 있다”며 “현직에서 일하는 분들을 겸임 교수 형태로 모셔오는 것도 보수, 수업 운영 측면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학의 준비 수준이 정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71%가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학생의 90% 이상이 이미 과제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현실과의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수도권 대학의 한 기획처장은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현장의 AI 교육 역량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대학의 교원 임용과 수업 운영에 따른 각종 제약이 완화되고, 전공 간 교수들이 협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정책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20개 대학의 성과를 K-MOOC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산하고 참여 대학 간 교육 모델을 공유할 계획”이라며 “비전공 교수자의 AI 교수 역량 강화 지원도 병행해 현장의 교원 부족 문제를 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