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기자의 헬시템 사용설명서 중간 수압으로 3분 이내 사용 권장 사용 전후 노즐 자동세척은 필수
비데 있는 집은 많은데 제대로 쓰는 집은 드물다. 수압은 강하게, 세정 시간은 길수록 좋다고 믿는다. 사용 뒤에는 다시 휴지로 세게 닦는다. 이쯤 되면 비데 쓰다 외려 탈 나기 쉽다. 건강지능(HQ)을 끌어올리는 이번 헬시템의 주인공은 ‘메디워시 울트라슬림(블루밍·사진)’이다. 비데 제품을 고심하던 중 ‘고려대학교의료원 자문개발 프리미엄 쾌변 솔루션’이라는 문구에 설득돼 36만9000원을 결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의료라는 단어는 강력하다. 세련된 디자인의 아메리칸스탠다드, 가성비로 알려진 노비타, 친숙한 대림바스, 구독 시장의 강자 코웨이 브랜드를 제쳤다. 비데 사용설명서와 마케팅 문구를 팩트체크 했다.
화상 환자에게 비데는 필수 위생 보조 수단이다. 중증 화상, 특히 손(수부)이나 둔부 화상을 입은 환자는 화장실 위생 관리 자체가 어렵다. 손 기능이 제한되면 휴지를 쥐고 닦는 동작이 힘든 데다 마찰이 통증과 상처 악화를 부른다. 실제로 화상 전문 베스티안병원은 위생 관리가 어려운 저소득 화상 환자에게 비데를 지원해왔다. 중증 화상을 입으면 피부가 굳어 관절이 잘 움직이지 않고(구축), 가려움(소양증)과 피부 두꺼워짐(비후) 같은 후유증으로 일상적인 동작이 어려워진다.
━
피부 자극 없이 청결도 높여줘
비데는 닦는 동작을 물로 씻어내는 방식으로 대체한다. 피부를 덜 건드리고 자극을 줄인다. 비데의 핵심 가치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변실금이 있거나 항문 주변 가려움증이 있으면 배변 후 비데 사용으로 청결을 유지하길 권한다.
치질(치핵) 환자와 치핵 수술 후 회복기 환자에게도 비데는 유용하다. 의정부을지대병원 권윤혜, 서울대병원 박규주·유승범 교수팀(대장항문외과)은 38도 온수에 중간 이하 수압의 비데 사용이 항문 수술 후 환자에게 좌욕과 비슷한 수준의 통증 완화 효과를 준다는 연구 결과(2025)를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좌욕은 치핵 절제술 후 통증과 상처 관리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따뜻한 물이 괄약근 경련을 줄여 불편감을 완화하고 혈류를 증가시켜 상처 치유를 돕는다.
메디워시 기능을 강조하는 고가의 프리미엄 비데 성능은 어떨까. ‘쾌변 솔루션, 부스트 수압 펌프의 강력한 물줄기, 딥클렌징 효과’ 같은 현란한 마케팅 문구를 잠시 뒤로하고 사용설명서를 펼쳤다. 마케팅 페이지보다는 솔직한 문장들이 보인다.
설명서 주의 사항 마지막 단락엔 ‘메디워시 기능의 강한 수압은 어린이·노약자·항문 질환자에게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일반 세정이나 어린이 또는 스파 기능을 사용하라는 안내도 함께 나온다.
안전과 과사용을 막는 설계는 만족스러웠다. 5분 이상 불필요하게 앉아 있으면 알람이 울린다. 변기에 오래 앉는 습관은 항문 주변 혈관을 누르고 항문 압력을 상승시켜 치질, 변비를 악화시킨다. 변좌 온도가 ‘고’ 설정일 땐 저온 화상 방지를 위해 30분 이상 착석 시 자동으로 온도를 낮추는 기능도 있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장시간 피부와 접촉하면 저온 화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약자와 어린이에게는 사용 시 ‘저’ 설정을 권장한다.
노즐 위생은 설계에서 갈린다. 사용 전후 자동 노즐 세척 같은 오염 최소화 설계는 비데 위생의 기본 조건에 가깝다. 메디워시 제품에선 별도의 노즐 청소 모드, 교체형(풀 스테인리스) 노즐 구조를 추가했다.
━
휴지로 물기만 톡톡 두드리듯 제거
마케팅은 종종 비데를 쾌변의 열쇠처럼 말한다. 과장된 문구다. 쾌변을 만드는 건 식이섬유, 수분 섭취, 장운동, 배변 습관이다. 비데의 역할은 배변 후 덜 자극적으로 마무리해주고 개운함을 느끼게 해주는 정도다. 비데를 배변 유도에 쓰거나 수압을 높여 오래 쏘는 자극은 항문 주변 피부를 보호하는 기름막을 손상시킨다. 이러면 미세한 상처가 생기고 가려움이 심해지며 치질이 악화된다. 비데 수압은 중간 이하에서 시작해 필요할 때만 서서히 높이고, 3분 이내로 쓰면 충분하다. 사용 후엔 휴지로 세게 문지르지 말고 물기만 톡톡 두드리듯 제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