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중심이었던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범위가 중견기업으로 넓어진다. 대형 저축은행에서 독자적으로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자본·지배구조 규율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업계·유관기관·전문가가 참석한 정책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따라 저축은행의 자금 공급 대상은 한층 확대된다. 그동안 서민·중소기업에 집중됐던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범위를 중견기업까지 넓힌다. 지금까지 중견기업은 영업구역 내 여신비율 산정 기준에서 배제되면서,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금융위가 이번에 중견기업을 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중견기업 대출 유인이 높아질 전망이다. 또 수도권 대출 가중치는 100%에서 105%로 높이고, 비수도권은 95%로 낮춰 지방 대출 확대 유도에 나선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저축은행 기업대출은 부동산·건설업 비중이 45.2%에 달할 만큼 특정 업종에 편중됐는데, 이번 방안으로 비(非)부동산 전반으로 저축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주식 투자 규제도 완화된다. 비상장주식 보유 한도는 자기자본의 10%에서 20%로 상향하고, 전체 주식 보유 한도 역시 자기자본의 50%에서 100%로 확대한다. 비상장주식·회사채 한도(자기자본 10%→20%)와 집합투자증권 한도(자기자본 20%→40%)도 각각 두 배로 늘린다.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에서 벗어나 혁신·성장산업으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금융위 측은 밝혔다. 금융위는 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연계투자 허용과 중금리 사잇돌대출 상품 분리도 단계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이 자본건전성(BIS 비율 13% 이상)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체크카드·모바일쿠폰 등 직불·선불전자지급수단을 중앙회와 공동이 아닌 독자적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된다.
대신 건전성 규율은 더욱 엄격해진다.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은 일반 은행 수준으로 자본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기업대출에 대해 미래상환능력(FLC) 기반 자산건전성 분류도 도입한다. 위기 발생 이전 단계에서도 자본 확충 요구와 배당 제한이 가능하도록 완충 자본 제도를 마련하고, 예수금 모니터링과 유동성비율 산정 방식도 개선한다. 중앙회 부실채권(NPL) 자회사를 자산관리회사로 전환해 업권 차원의 부실채권 관리 역량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배구조 규제도 손질한다. 자산 규모에 따라 대주주 지분 보유 한도를 50%→34%→15%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소유 규제를 도입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 체계도 정비한다. 반면 자산 1조원 이하 소형사는 BIS 12% 이상, 연체율 4% 이하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외부감사 주기를 분기에서 반기로 완화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단기 수익에 치우친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와 지역사회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거점 지역 단위에서 전국 단위까지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성욱 금융감독원 은행·중소금융 부원장, 유대일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박준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을 비롯해 12개 저축은행 대표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