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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지자 2776억 날아갔다 …2월의 한반도 산불 키운 주범

중앙일보

2026.02.23 00:44 2026.02.23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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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 강원 고성, 충북 단양 등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가 점점 산불이 발화·확산하기 용이한 기후로 변화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 습도·강수량 하락 등을 대형 산불 발생의 전제 조건이라고 지적하면서, 궁극적으론 기후 변화의 원인인 대기 중 탄소 농도 감축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야산에 불이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흘 째 불이 꺼지지 않으면서 정부는 '산불 확산 대응 2단계'(산림청)와 '국가소방동원령'(소방청)을 내렸다. [뉴스1]

23일 본지가 기상청의 1974~2025년 기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월 기준 강원 속초시에서 평균 상대습도가 50% 미만이었던 해는 2000~2025년 중 총 12개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974~1999년엔 4개년에 그쳤던 점을 비교하면, ‘건조한 2월’이 3배 늘어난 셈이다. 상대습도는 같은 온도에서 공기가 최대로 담을 수 있는 수증기량 중 실제 수증기량의 비율로, 방재학자들은 50% 미만일 경우 공기·초목이 건조해 산불이 발생하기 쉽고 연소가 빠르다고 본다.

강수량이 적은 해도 더 자주 나타났다. 2월 기준 속초의 강수량이 10㎜ 미만인 해는 1974~1999년엔 3개년이었는데 2000~2025년 총 7개년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전체 분석 기간 중 속초의 2월 평균 강수량은 50.2㎜였는데, 최근 10년 중 총 6년은 강수량이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2월엔 0㎜를 기록했다.

날씨는 한층 따뜻해졌다. 1974~1999년 속초의 2월 기온은 평균 1도였지만, 2000~2025년은 평균 1.9도로 1도 가까이 올랐다. ▶월평균 상대습도 50% 미만 ▶월 강수량 10㎜ 미만 ▶장기 평균(1.4도)보다 높은 월평균 기온 중 최소 2가지가 동시에 나타난 ‘고위험 2월’은 1974~1999년 2개년이었지만, 2000~2025년 총 10개년으로 늘었다. 실제로 관측지점인 속초와 인접한 강원 고성은 2018~2020년 연속적으로 산불이 발생, 총 2776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김주원 기자

21일부터 사흘째 불길이 번진 경남 함양의 기후도 비슷한 추세다. 근접한 경남 산청의 기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산불 위험 3개 요소(낮은 상대습도, 적은 강수량, 높은 기온) 중 2개 이상이 중첩돼 나타난 해는 1974~1999년 1회에서 2000~2025년 7회로 늘었다. 이 기간 평균 상대습도는 62→53.5%로 더 건조해졌고, 평균 기온은 1.5도→2.5도로 1도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후 변화로 인해 한번 산불이 나면 피해 면적이 커지는 ‘대형화’가 진행 중이라고 봤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0년대 산불 피해면적은 연평균 857ha(헥타르)였지만 2020년대 들어 2만3118ha로 약 27배 커졌다. 2020년대는 아직 4년이 남았지만 이미 산불이 509회 발생해, 2010년대 전체 횟수(440회)를 초과한 상태다.

김주원 기자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산불을 흔히 낙뢰·담뱃불 등 불씨의 문제로 여기지만, 대형 산불을 키우는 진짜 원인은 기온·습도·바람이 만들어 낸 기후 조건”이라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의해 강수 패턴과 기온이 바뀌는 등 기후 시스템 재편이 지역별 산불 위험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탄소 중립만으론 부족하다”며 “대기 중 탄소 농도 자체를 줄이는 탄소 포집·저장, 산림 복원 등이 (산불 방지에) 필수”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난해 4월 강원 영동 지역의 가뭄에 대해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우세해 동풍 계열 바람이 불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이어지면서 산불 발생과 확산이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허정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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