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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이 힘쓴 국민투표법 개정, 상임위 넘었다…국힘은 “개헌 반대”

중앙일보

2026.02.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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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2026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고집스럽게 끌고 온 개헌의 전제 조건인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현행 국민투표법은 주민등록이 없거나 국내 거소 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의 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4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간 국회가 위헌 상태를 방치해 국민투표법 개정은 국민투표가 필수 절차인 개헌을 위한 필수 선결 과제였다.

2024년 6월 취임 직후부터 개헌 의지를 드러내 온 우 의장은 지난 2일 임시국회 개회사에서도 “국민투표법 개정을 미루지 말자. 삐삐조차 없던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헌법의 한계에 대해선 이미 공감대가 넓다”며 “5·18 등 민주주의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국회의 비상계엄 승인권, 지방 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도는 여야 모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헌법 전문이라도 개정해 개헌의 문을 열자는 취지다.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행정안전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범여권 주도로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뉴스1
국민투표법 개정은 헌재 결정에 따른 국회의 의무지만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개정안이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치지 않고 전체회의에 상정돼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이유였다. 국민의힘 행안위 간사인 서범수 의원은 “왜 이렇게 급하게 전체 회의에 올리느냐. 민주당이 원하는 법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 누군가와 서로 거래하는 ‘악마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사법개혁 3법’ 등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하는 우 의장이 원하는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를 서둘렀다는 취지다.

서 의원은 “법을 개정하는 순간 개헌의 블랙홀로 빠질 수 밖에 없다. 여야가 개헌에 대해 합의한 상황에서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는 게 제대로 된 순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행안위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국민투표법을 통과시킨 뒤 개헌을 통해 대통령제 등 권력 구조까지 건드리면 어쩌느냐”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국민투표법은 개헌과 꼭 연관돼 있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도 “국회의 의무를 ‘개헌 블랙홀이다’며 왜곡하는 것은 정당한 논리가 아니다”며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시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서범수 의원이 23일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안건으로 올라오자 이를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헌을 위한 정치적 움직임은 우 의장이 주도해 왔지만, 민주당도 우 의장의 뜻을 존중하자는 기류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을 반대할 이유도 방치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한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지방선거와 함께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도 국민투표법 개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6일 우 의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차례로 예방하며 “국회에서 논의가 잘만 이뤄진다면 6월 지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안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곧바로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다만 국민투표법이 개정되더라도 개헌까진 난관이 적지 않다.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162석), 조국혁신당(12석) 등 범여권을 합쳐도 200석이 되지 않아 국민의힘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헌법 전문만 손을 댄다고 하더라도 개헌안의 내용을 두고 여야가 협상을 하는 시간, 헌법이 규정하는 대통령의 개헌안 공고 기간(20일 이상), 국회 의결(대통령의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 국민투표(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과정 등을 고려하면, 6·3 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개헌은 지금 국민의힘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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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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