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강북구 모텔 연쇄 살인 사건’ 피의자 20대 여성 김모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결정과 반대로 온라인에서는 김씨의 개인 정보가 오히려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다. 모호한 경찰의 신상공개제도 기준이 잘못된 ‘사적 제재’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19일 김씨를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지난달 28일, 이달 9일 등 3차례에 걸쳐 강북구 일대의 모텔 등에서 20대 남성 3명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내부 검토 끝에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게 돼 있다. 또 범죄와 관련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정한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이 범행 수단의 잔혹성 요건 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워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찰이 김씨의 신상을 비공개하자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김씨의 개인정보가 유포됐다. 지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강북 모텔 살인 용의자 신상 공개’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김씨의 이름과 나이, 사진은 물론 출신 고등학교까지 담겨 있다. 해당 글은 23일 오후 4시 기준 조회 수만 약 16만회에 달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도 김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알려졌다. 김씨의 SNS엔 욕설과 희롱 등의 내용이 담긴 댓글이 1800개 넘게 달렸다.
온라인에서 김씨의 신상이 알려지는 것은 명백한 사적 제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방식의 신상 유포는 법적 처벌 대상도 될 수 있다. 앞서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한 유튜버는 지난 10일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은 가해자들에게 망신을 주는 등 사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삐뚤어진 정의감에 기반을 둬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모호한 사법당국의 신상공개제도 기준이 오히려 온라인 신상 유포 등 사적 제재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찰이 김씨의 신상을 비공개한 결정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살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살인 방식이라 토막 살인 같은 다른 중범죄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잔혹하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김씨는 이미 체포되어 재범 가능성도 없어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건 단순한 호기심에 기반을 둔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씨가 나중에 출소할 수도 있고, 그러면 젊으니 또 사람들을 살해할 수도 있는데 범죄 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해야 하지 않냐는 말도 일리가 있다”면서 “미국이나 일본은 (피의자가) 미성년자만 아니면 살인 피의자 신상은 다 공개한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이 자의적으로 누구는 공개하고 누구는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사적 제재라는 다른 범죄를 만들고 있다”면서 “신상 비공개 결정이 나왔을 때 시민단체나 사건 관계자 등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