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미국 연방 대법원의 ‘상호 관세 무효’ 판결 이후 한·미 정부가 통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양국 외교 채널을 잇따라 가동하고 있다.
23일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안보보좌관의 최측근인 마이클 니드햄 국무부 고문이 방한해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정의혜 차관보를 연이어 만났다. 니드햄 고문은 이번 면담에서 양국의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한국이 대미 투자에 속도를 내 달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이는 미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속도전을 압박하려는 미 행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니드햄이 한국 정부 측에 대미 투자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도 그에 못지 않게 한·미 간 안보 협상 후속 조치 이행도 중요하며 관심이 크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이 대미 투자 이행을 재촉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핵추진잠수함(핵잠) 등 안보 협상 이행이 통상 이슈에 밀려 늦춰지지 않는 데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미 행정부의 정책 최우선 순위가 관세 문제에 집중되면서, 당초 예정됐던 양국 간 안보 협의 일정은 일부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당초 우리 정부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로 예고했던 안보 분야 미 대표단의 방한 일정은 통상 이슈에 밀려 다소 미뤄질 수 있단 전망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현재로선 미국 대표단 방한이 3월초에 이뤄질지 미지수가 된 상황”며 “협의는 이어가고 있지만 미 행정부의 초점이 통상 이슈에 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인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도 24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이다. 취임 후 첫 방미인 이번 일정에서 정 본부장은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등 핵심 인사들과 회동한다. 이 역시 팩트시트에 담긴 한·미 정상 간 대북 정책 공조 방안을 재확인 하려는 취지다. 이 기간은 북한 노동당 9차 당대회 직후일 가능성이 큰 만큼 한반도 정세 공유와 대응 방안 등도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