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관료 연봉왕' ECB 총재, 규정 어기고 BIS 급여 받아
작년 이사 보수 2억4천만원…ECB "이전 총재들도 받았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크리스틴 라가르드(70)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내부 규정을 어겨가며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거액의 급여를 받아 직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해 BIS에서 13만457스위스프랑(2억4천318만9천원)을 받았다고 최근 파비오 데마지 유럽의회 의원에게 답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 협력기구인 BIS 이사를 맡고 있다. BIS 이사 18명은 대부분 각국 중앙은행 총재다.
ECB 직원들은 직무와 관련해 제3자로부터 보수 수령을 금지한다는 ECB 규정을 근거로 내부 게시판에서 라가르드 총재를 성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 직원은 BIS 공동 프로젝트와 관련해 문의했더니 ECB 인사팀이 추가 보수를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물 마시라 설교하고 와인 마신다"며 ECB의 이중 잣대를 지적한 직원도 있었다.
FT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는 BIS에서 급여를 받지 않는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총재가 BIS에서 받는 급여 절반을 가져간다.
ECB는 라가르드 총재가 BIS 이사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그로 인한 책임과 법적 위험을 떠안는다며 BIS 급여는 장클로드 트리셰와 마리오 드라기 등 전직 ECB 총재들 관행을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의 연봉은 ECB 기본급만 따져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제치고 유럽 고위 관료 가운데 가장 많다. 2024년에는 기본급 46만6천유로(7억9천400만원)와 주거비 등 기타 비용 13만5천유로(2억3천만원)를 ECB에서, BIS 이사 급여 12만5천유로(2억1천300만원)를 받았다.
2019년 11월 취임한 라가르드 총재는 차기 행보를 의식하며 통화정책과 무관한 일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고 사익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부에서 받아 왔다.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재무장관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지냈다.
내년 10월말 임기가 끝나는 그는 다보스포럼을 개최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으로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차기 ECB 총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려고 내년 4월 프랑스 대선 이전에 사임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동료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직무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임한다면 언론 아닌 자신에게 직접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기 사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걸로 해석되면서 ECB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의 데이비드 파월 이코노미스트는 "비선출 중앙은행 인사가 후임을 지명할 선출직 공직자를 선택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주장을 더 믿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계연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