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자존심이 무너졌다. 중국 쇼트트랙이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는 자평까지 나왔다.
중국 매체 소후닷컴은 23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결산하며 “차가울 정도로 참담한 성적표”라고 직격했다.
린샤오쥔은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쇼트트랙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임효준으로 불리던 시절 2018 평창 올림픽에서 남자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따내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2020년 6월 중국으로 귀화를 결정했다. 이유는 바로 2019년 훈련 도중 후배 선수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
당시 린샤오쥔은 후배 황대헌의 바지를 잡아당기는 장난을 치다가 신체 일부를 노출시키면서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당했고,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그는 2021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오명을 벗었다. 그러나 이미 선수 생활이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으로 국적을 바꾼 뒤였기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순 없었다.
다만 린샤오쥔은 오성홍기를 달고도 곧바로 올림픽 무대를 누빌 순 없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상 국적을 바꿨을 땐 이전 국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마지막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야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 결국 그는 베이징 대회를 빙판 밖에서 지켜만 봤고, 이번 대회에서 남다른 각오를 다졌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귀화한 ㅠ린샤오쥔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메달 없이 마무리했다. 태극마크를 떼고 중국을 대표해 나선 첫 올림픽이었지만, 기대하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악물고 8년을 버텼다"며 출사표를 던졌으나 비장한 각오가 메달 수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총 5개 종목에 출전했으나 시상대와는 연이 없었다. 린샤오쥔은 남자 1000m와 1500m, 500m에서 모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혼성 계주와 남자 계주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면서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다. 만약 혼성 2000m 계주에서라도 동료들이 메달을 획득했다면 규정에 따라 린샤오쥔도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지만, 레이스 막판 쑨룽이 삐끗하면서 무산됐다.
린샤오쥔은 마지막 경기인 남자 5000m 계주를 마친 뒤 사과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이즈는 "마지막 바퀴를 도는 순간, 린샤오쥔은 알았다. 8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가 이렇게 끝났다는 것을. 메달도, 환호도 없었다. 믹스트존에서 반복된 말은 '죄송합니다' 단 하나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린샤오쥔은 공영방송 'CCTV'와 인터뷰에서 카메라를 향해 또 한 번, 그리고 세 번째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라며 "평창에서 금메달을 땄던 린샤오쥔이었지만, 이번에는 메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한국에서 귀화한 특별한 이력, 그만큼 기대도 컸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린샤오쥔뿐만 아니라 중국 쇼트트랙은 이탈리아 땅에서 고개를 떨궜다. 금메달은 하나도 없었고, 쑨룽이 남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게 유일한 수확이었다.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최저 성적이라는 분석까지 덧붙였다. 전통적 강세 종목의 붕괴, 표현은 거칠었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비판의 화살은 ‘귀화 전략’으로 향했다. 중국은 단기간 금메달 확보를 위해 해외 출신 선수들을 적극 영입했다. 한국 대표 출신 린샤오쥔(임효준), 헝가리 출신 류사오앙·류사오린 형제가 대표 사례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린샤오쥔은 개인전 3종목에서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남자 5000m 계주는 파이널B에 머물렀다. 혼성 계주에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소후닷컴은 이를 두고 “베이징에서 시작된 인재 올인 도박이 밀라노에서 환멸로 귀결됐다”고 평가했다. 즉시 전력감 수혈에 치중한 나머지, 토종 신예 육성의 단절이 발생했고,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에서 흐름을 바꿀 ‘하드 카운터’가 없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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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군은 한국이었다. 매체는 “한국은 잔혹할 정도로 치열한 대표 선발 구조를 통해 김길리 같은 신예를 끊임없이 배출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김길리를 중심으로 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최민정 시대에서 김길리 시대로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평가다.
한국은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 금 2·은 3·동 2, 총 7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저변과 시스템의 힘이었다. 소후닷컴은 “빙상 투자와 육성 체계가 취약한 중국이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