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단독인터뷰]'한·영 컬링 커플' 설예은·바비 "밥서방~ 믹스더블 나갈래?"

중앙일보

2026.02.23 07:01 2026.02.23 07:3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영국과 한국 컬링 국가대표인 바비 래미와 설예은. 시즌에는 국제대회에서, 비시즌에는 양국을 서로 오가며 만난다. [사진 설예은]
“안타깝게도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그저 (설)예은이를 위로하고 제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대회 기간 중 얼마나 훌륭한 경기를 펼쳤는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최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만난 남자 컬링 영국대표팀 멤버 바비 래미(29·스코틀랜드)의 시선은 온통 설예은(30)을 향해 있었다.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올림픽 무대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간발의 차(5위)로 여자 컬링 4강행이 좌절된 설예은을 위로하며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 문을 열었다.

‘한·영 컬링 커플’은 3년 전 그랜드슬램 대회 기간 중 이뤄진 첫 만남을 떠올렸다. 래미는 “장소는 가물가물하지만 예은이가 아름다웠다는 건 또렷이 기억난다. 직접 대화해보니 친절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어서 더욱 끌렸다”고 했다.

설예은. [연합뉴스]
설예은은 “평소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았다. 바비의 스위핑(빙판을 닦는 동작) 기술에 감탄해 경기 장면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게 인연의 출발점이 됐다”고 했다. 이를 확인한 래미가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적극 구애하면서 달콤한 로맨스가 시작됐다. 교제 초기 언어 장벽을 느꼈다는 설예은은 “번역기를 써서라도 대화를 이어가려 애썼다. 함께 있을 땐 별 말 안 해도 그냥 편안하고 좋다. 지금은 저는 영어를, 바비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 중”이라며 웃었다.

여자 컬링대표팀에서 리드(각 엔드의 1·2번째 스톤을 던지는 역할)로 활동 중인 설예은은 세컨드(3·4번째 스톤을 던지는 역할)인 래미에 대해 “스위핑 기술은 세계 1위”라고 치켜세웠다. 연인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남자친구는 진심을 담아 조언한다.

래미(오른쪽). [EPA=연합뉴스]
이번 올림픽 기간 중 래미의 생일과 발렌타인 데이가 겹쳤다. 설예은이 “남자가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착각해 챙기지 못했다”며 미안해 하자, 래미는 “생일과 발렌타인 데이를 예은이와 함께 보낸 것 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예선에서 설예은이 속한 한국 여자팀은 영국을 9-3으로 꺾었다. 당시 두 나라 중 어느 쪽을 응원했는지 묻자 래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언제나 나의 ‘넘버원’은 예은이다. 어떤 경기를 하든 꼭 이기길 원한다”고 국경을 초월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두 사람은 시즌 중엔 그랜드슬램 대회에 함께 출전해 한 달에 한 번, 일주일 가량 만난다. 비 시즌에는 서로의 나라를 오간다. 래미는 “한국에 네 번 가봤다. 예은이의 고향 의정부 곳곳을 둘러보며 한국 문화를 경험하니 이젠 내게도 고향 같다. 아직 (대표 음식인) 부대찌개를 못 먹어봤지만, 올여름에 꼭 도전하겠다”고 했다.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올림픽 경기를 치른 영국과 한국 컬링 국가대표인 바비 래미와 설예은. 사진 설예은

설예은은 국제 클럽대회에 남자친구와 믹스더블(혼성 2인조)로 나가보는 게 꿈이다. “안 싸우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는 연인의 말에 래미도 “우리는 완벽한 팀 메이트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설예은의 쌍둥이 언니 설예지는 래미를 ‘제부’라 부른다. 대표팀 동료들은 ‘밥서방’이라는 호칭을 쓴다. 설예은은 “둘이 있을 땐 이름 또는 ‘babe(베이베)’라 부른다”며 부끄러워했다. “나란히 메달을 목에 걸고 오륜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는 연인의 말에 래미는 “4년 뒤 알프스에선 꼭 함께 금메달을 들고 사진을 찍자”고 격려했다.

스티커 사진을 함께 찍은 설예은과 바비 래미. 사진 설예은




박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