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현실에선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약 조직을 꾸준히 쫓다 보니 일망타진했고, 전원 특진이라는 성과까지 일궈 뿌듯합니다.”
지난 19일 오전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 마약범죄수사1팀 사무실에서 만난 윤성준 경정의 말이다. 1000만 관객 영화 ‘극한직업(2019)’에서는 형사들이 치킨 가게를 위장 창업해 마약 총책을 검거하고, 팀이 전원 특진하며 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실제 2023년 도입된 경찰청 팀 전원 특진 제도는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는 게 내부 시각이다.
이런 영화 속 이야기를 실화로 이뤄낸 경찰 5명을 만났다. 윤 경정을 필두로 마약팀 소속 김인섭 경감, 이상용 경감, 김동한 경위, 김극동 경사가 주인공이다. 대구경찰청 마약범죄수사1팀은 지난해 마약류 온라인 판매 운영조직을 일망타진한 공로로 연말에 특별승진했다. 마약팀으로는 전국 최초 팀 특진이다.
김인섭 경감은 “밤새우는 건 기본이고 찰과상도 다반사였지만, 같은 경찰인 아내가 이해해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특진을 기뻐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총책뿐 아니라 구매자까지 모두 140명을 검거했다. 압수한 마약류는 29.4㎏로 50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전까지 지역 마약수사에서 가장 많이 압수했던 양이 1.5㎏이란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다. 마약팀은 지난해 출장만 90회 이상 다니며, 야산이나 아파트 배관 등 2000여 곳에서 숨겨둔 마약을 찾아냈다. 그 결과 대구 경찰이 지난해 마약 수사 성과 전국 1위를 달성했다.
김동한 경위는 “마약은 위장거래가 많아 단서가 거의 없다”며 “6년간 마약 수사를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해 검거에 성공했던 2023년도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 경위에 따르면 당시 마약팀이 잠입수사를 벌이던 텔레그램 채널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고 한다. 추적 중이던 판매자가 올린 마약 사진이었는데, 김 경위는 마약을 올려둔 하얀 종이에 주목했다. 무언가가 적힌 종이의 뒷면이었기 때문이다.
팀 모두 한참을 들여다봤고, 김 경위가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약팀은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지만 정확한 동과 호수를 알 수 없었다. 김 경위는 “아파트 인근 편의점 폐쇄회로TV(CCTV)를 뒤져서 이전에 확보했던 판매자의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냈다”며 “이후 실거주지를 찾아 판매자를 검거했고 마약을 숨겨둔 좌표 확보까지 성공했다”고 말했다.
피의자를 검거할 때도 각종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여성 피의자를 제압하려 하자 소리를 지르면서 거부하는 바람에 인근 주민이 납치로 오인했고, 112에 신고하면서 지역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윤 경정은 “한번은 옥상에 올라간 피의자가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하자 철수하는 척하며 검거했는데 갑자기 자해하려고 혀를 깨물길래 손으로 턱을 잡았다”며 “불상사는 막았지만, 순간 틀니가 빠져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특진으로 팀원 3명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서 앞으로 마약팀의 팀장은 이상용 경감이 맡게 된다. 막내인 김극동 경사도 남는다. 김 경사는 “베테랑 형사들의 노하우를 이어받아 수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 경감은 “최고의 팀워크였다”며 “그동안 쌓아온 수사력을 기반으로 마약 사범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