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지분 약 92%를 1300억원대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넥슨 지주사 NXC와 SK 계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인수하는 주체는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다. 전통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에 따르는 규제·감독 이슈를 고려한 구조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나 글로벌 원자재 시장과 달리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다시 하락세가 확대되는 국면에 있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빗썸의 초대형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터졌고, 그로 인해 네이버파이넨셜의 두나무(업비트) 인수에 빨간불까지 켜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또 한 번의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혹한기)’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코빗을, 우회적인 구조까지 동원해 인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단기적인 브랜드 가치나 수수료 수익 확대가 주된 목적은 아니라는 점이다. 코빗이 그간 구축해온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와 운영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신규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보다 시간과 리스크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는 단순한 앱 서비스가 아니다. 실명계좌 연동,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거래·정산 시스템, 내부통제 구조 등 복합적인 금융IT 인프라의 집합체다. 미래에셋이 가상자산을 하나의 자산군으로 편입해 자산관리(WM)나 기관 영업과 연계하려 한다면, 인수를 통한 플랫폼 확보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을 것이다.
인수 이후 미래에셋은 향후 법인·기관의 가상자산 투자 범위가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차별화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신뢰성,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역량 측면에서 전통 금융회사가 갖는 강점은 분명 존재한다. 이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일정 부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인수의 성패는 확보한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고도화하고 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여전히 규제와 감독의 변동성이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외부적으로는 법인이나 기관 투자의 가상자산 투자 범위 확대와 토큰화 자산의 제도화 속도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동시에 두나무 등 경쟁 플랫폼의 전략 변화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인수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이라는 두 영역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그 연장선에서, 투자 유치 또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빗썸과 주요 주주들의 지분 매각설이 이어지는 코인원의 향방에도 시장의 관심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