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변덕 부렸다. 그는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매긴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한 20일 무역법(1974년) 12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1일 관세율을 15%로 인상했다. 그는 스스로 협상의 귀재라고 여긴다. 가장 믿음직한 지렛대를 빼앗기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 IEEPA는 미국의 관세 관련 법 다섯 개 가운데 미 대통령의 재량권을 가장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교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트럼프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중단하라며 브라질에 관세 50%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IEEPA가 부여한 재량권이 큰 만큼 상대국을 압박하는 효과도 만점이었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과 일본, 유럽 등은 서둘러 워싱턴으로 달려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해야 트럼프의 아량(상호관세율 인하)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제 미 의회가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는 한 트럼프가 꺼내 들 수 있는 법은 네 개뿐이다. 이미 써먹고 있는 1974년 무역법(122조)을 비롯해 ▶1930년 스무트-헐리법(338조) ▶1962년 무역확대법(232조) ▶1974년 무역법(301조) 등이다. 이들 법엔 제약 조건이 분명하다. 무역법 122조의 최고 세율은 15%다. 의회의 연장 의결이 없는 한 150일 뒤에는 관세를 물릴 수 없다. 나머지 법은 몇 달씩 걸리는 사전 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제약 조건이 분명하다는 것은 누군가 소송하면 트럼프는 패배하기에 십상이란 얘기다. 결국 트럼프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전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협상기술을 쓰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트럼프는 대법원 판결 직후 “수년간 우리를 갈취해 온 나라들이 환호하며 거리에서 춤추고 있다”면서 “그러나 오랫동안 춤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말대로 품목 관세 등으로 상대국을 압박하려는 시도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 외교협회(CFR)의 보고서에 따르면 남은 어떤 법 조항도 IEEPA만큼 폭넓은 재량권과 강력한 협상력을 트럼프에게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CUNY) 교수가 대법원 판결 직후 SNS를 통해 예측한 대로 “분노 발작(temper tantrum)”일 수 있다. 내면의 무력감이 분노로 표출된다는 얘기다.